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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데이를 맞아 두려움에 떠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입력 : 2017-05-02 17:05:41 수정 : 2017-05-02 17: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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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과 사진. 출처=페이스북

5월2일은 농촌진흥청이 오이 농가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지정한 일명 ‘오이(5·2)데이’다. 동음을 이용한 마케팅의 일종인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올 것이 왔다', '몸조심하자'며 서로 당부하고 말들이 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인기 페이스북 페이지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오싫모)’가 그 근원이다. 알레르기 등으로 오이를 혐오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이 페이지에는 오이데이를 맞아 두려움 가득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전날 한 누리꾼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그날 다들 내일 몸조심 하셔요”라며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지난해 오이데이 행사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국산 오이 먹고 오천만 모두가 예뻐지는 날’이라는 문구가 써져 있다. 이 누리꾼은 “'오천만 모두가'라는 문구가 정말 무시무시하다”며 공포에 떨었다.

다른 이는 "오이데이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날"이라는 반응을 남겼고, 또다른 이는 “선언문을 낭독해야한다, 오이에 대항하는 우리의 마음을”이라며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오싫모 회원들은 대체로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오이데이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오싫모 관리자는 오이데이를 맞아 한 라디오에 출연한다는 스케줄을 알리기도 했다. 이에 “우리들의 핍박 받아온 삶의 역사를 청취자들에게 꼭 전해주십시오”, “8년 전 건설 현장 아르바이트 하는 중 중국집 볶음밥에 오이가 들어가 있어서 시멘트에 토해서 감봉당했습니다. 제 한을 그곳에서 풀어주세요”,“여기 관리자 출세했다” 등 염원과 재치를 담은 댓글들이 페이지를 장식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 52(오이)번 버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출처=페이스북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 출처=페이스북

오싫모 페이지는 현재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회원들은 오이 트라우마에 대한 사연과 각종 오이 패러디물을 올리며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한 회원은 “오이를 숫자로 한 ‘52번’ 버스도 안 탄다”는 글을 올려 구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어느 택시 기사가 오이를 먹으며 운전을 한다는 제보 글에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이 정도면 한국판 '쏘우' 아니냐”, “살인 미수로 신고 안 하셨나요” 등 절로 웃음 짓게 하는 댓글들이 가득 이어졌다.

이 페이지의 관리자는 공지 글을 통해 “세상에는 우리처럼 오이를 싫어하고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세상은 우리를 억누르고 지우려 했다”며 “이제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금보다 더 강하게 싸워나갑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뉴스팀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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