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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머리이식 수술' 계획을 밝혔던 프로그래머를 기억하십니까?

입력 : 2017-04-20 09:42:09 수정 : 2017-04-20 09: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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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5월, 러시아의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자기 머리를 기증자의 온전한 신체에 이식하겠다고 밝혀 세계 의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2).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는 그는 현재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머리이식’이라는 4음절 단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떤 이는 “머리카락 이식이냐”고 되물었다. 머리를 누군가의 신체에 붙인다는 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니 말이다. 모발 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세 사람이 수술을 놓고 연구 중이다.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 중국 하얼빈 의대의 런 샤오핑 박사 그리고 건국대 의생명연구원의 김시윤 박사다. 제일 처음 카나베로 박사가 수술 의사를 밝혔으며, 이후 김 박사와 런 박사 등이 연락을 취하면서 세 사람이 현재까지 연락을 취하고 있다.

◆ 영상 12~15℃에서 절단…최대 4주까지 인공 혼수상태

스피리도노프의 머리는 영상 12~15℃에서 절단된 후, 1시간 이내에 기증자의 신체에 접합된다. 카나베로 박사는 이 과정에서 ‘폴리에틸렌 글리콜(polyethylene glycol)’을 쓸 것으로 전해졌다. ‘Peg’로 불리는 이 물질은 척수를 잇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접합 부분 세포 재생산 활성화를 위해 전기자극도 주어진다.

 
세계 최초로 머리이식 수술에 운명을 맡길 이는 러시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2)다. 스피리도노프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척수운동 신경세포 이상으로 근육이 점점 약해져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환자는 길어야 30세를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스피리도노프는 3~4주간 인공 혼수상태에 들어간다. 그의 머리와 기증자의 몸이 하나로 이어져 붙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도록 위해서다. 카나베로 박사는 면역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강력한 거부반응 억제제를 투입할 계획이다.

스피리도노프 수술에 투입될 의료진 예상 규모는 150명 정도다. 신경외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혈관 전문가와 정형외과 전문의 등도 모두 포함한다. 수술 시작부터 종료까지 36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투입되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130억원 규모다.

◆ 수술 계획 드러나자 비난 쇄도…우리나라 방문 무산

수술 계획 공개와 더불어 동물을 상대로 실험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각종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생명윤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커다란 변수가 없는 한 올해 12월, 중국에서 진행될 예정인 수술이 만약 성공한다더라도 ‘돈’으로 젊음을 사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동물의 머리를 잘라 붙이는 연구 과정도 드러나면서 관련 기관에 비난 전화도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들이 간간이 머리이식 수술 소식을 전하지만, 비슷한 말만 이어질 뿐 이렇다 할 새로운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스피리도노프는 세계 각국을 돌며, 수술 기금을 모으는 데 도움을 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5년 6월12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학회에서 처음 만난 발레리 스피리도노프(왼쪽)와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오른쪽).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우리나라에도 스피리도노프가 올 뻔했다. 국내의 한 과학기술정보 컨설팅업체가 스피리도노프 측에 ‘2017년 1월쯤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지난해 전달한 뒤,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왔으나 내한이 무산됐다.

머리이식수술을 보는 부정적인 시선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혼란스러운 국정 등이 이유다. 특히 스피리도노프 측은 내한 조건으로 ‘수술비 1만달러(약 1200만원)’와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세계일보 취재 결과 관련 업체에서 확인됐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들을 우리나라로 불러들일 만한 이유는 없다고 업계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수술 향한 편견이 가장 큰 과제…여러분의 생각은?

김 박사는 수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연구진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선입견과 수술을 둘러싼 윤리적 논란 때문에 시도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과학계에서도 머리이식 수술을 공상과학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 하얼빈 의대의 런 샤오핑 박사(왼쪽). 지난해 6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런 박사가 최근 인터뷰에서 ‘의료팀을 꾸렸고, 철저하게 수술을 준비 중’이라는 말을 했다”며 “준비가 끝나면 언제든 수술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캡처.


우리는 머리이식 수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동안 몇 차례 나온 기사를 토대로 보면 네티즌들의 의견도 “좋은 방법이다” “돈 있는 사람의 횡포 수단이 될 것” 등으로 엇갈렸다. 이 외에도 양측이 내놓는 저마다의 의견이 무척 많다.

김 박사는 “스피리도노프에게 안전한 치료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걸 선택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고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수술이고 완전히 회복하기 힘들 수도 있다”며 “누구의 결정이 맞고 틀리다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 없는 고통을 견뎌 오신 환자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작은 희망이자, 우리에게는 최대한의 노력”이라고 머리이식 수술을 정의했다.

지체장애로 분류되는 척수성 근위축증. 우리나라에도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는 이들이 있다. 구체적 규모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19일 세계일보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측에 “국내 환자는 어느 정도 있는지 알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해 1월, 영상통화로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김시윤 박사, 발레리 스피리도노프 그리고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사진 위쪽 가운데부터 시계방향). 김 박사는 세계일보에 “(통화에서) 스피리도노프는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했다”며 “카나베로 박사로부터 나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까지의 연구성과 소식을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시윤 박사 제공.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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