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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생계는 생계고, 범죄는 범죄다"

입력 : 2017-03-07 13:00:00 수정 : 2017-03-06 13: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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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아무리 돈이 없다고 해도 모두가 도둑질을 일삼진 않는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본인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리고, 분수껏 사는 수밖에 없다. "(30대 직장인 A씨)

"나라에 ‘큰 도적’이 많다고 ‘작은 도둑’이 문제가 아닌 건 아니다. 처음엔 생계형 범죄로 먹을 것만 훔치다가 점점 더 범행이 대담해지는 사례가 많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죄의식조차 희미해진다. 싹부터 자르는 차원에서 엄단해야 한다."(40대 주부 B씨)

"생계형 범죄자들만 잡아 넣을 게 아니라, 고위층이나 부유층의 사기 범죄도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재벌가의 자녀든, 가난한 집의 자녀든 죄를 지으면 똑같이 처벌받는 게 합당하다. 물론 아이들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며,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50대 자영업자 C씨)

깊어진 경기 불황과 실업난, 식료품 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생활 필수품을 훔치는 이른바 '현대판 장발장'이 늘고 있다.

이들 범죄자를 법으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사회 안전망 확충을 비롯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의견도 나온다.

7일 경찰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은 최근 생계형 절도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절도범 중에는 딱한 사연이 있는 이들도 많지만, 피해를 입는 쪽도 불황 등이 더해져 폐업으로 내몰릴 수 있는 자영업자가 대다수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경찰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1년 1만563건이던 1만원 이하 절도범 검거는 지난해 1만4810건으로 5년 만에 4000건 넘게 늘었다.

1만~10만원 이하 절도범 검거는 같은 기간 3만9566건에서 5만1551건으로 1만2000여건, 10만~100만원은 11만2486건에서 12만3225건으로 1만1000여건 각각 증가했다.

◆생계형 절도범 처리 '골머리'…피해자들도 자영업자인 경우 많아

실제로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12월27일 영세식당들을 대상으로 절도행각을 벌인 이모(40)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같은해 9월부터 검거될 때까지 서울 서대문·마포·용산구와 경기 고양의 작은 식당들만 골라 16차례에 걸쳐 모두 700여만원어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구직에 실패한 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상습절도 역시 시작은 생계형 범죄였다. 그는 식당에 침입해 1만원이 든 저금통을 가져가기도 했다.

이씨가 벌인 소액 절도와 무전취식(無錢取食) 등의 생계형 범죄는 단속이나 처벌 강화와 같은 경찰 차원의 대응이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범행 동기가 경기 불황과 소득 불평등 같은 사회적, 경제적 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차원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은 탓이다.

특히 노년층의 범죄는 절대 빈곤을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술이나 담배 등을 훔치는 사례가 많은데,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를 대부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자영업자들도 생계를 꾸려나가는 게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경기 위축 등으로 가처분소득(소비 또는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취약계층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범죄 피해와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불황이 더해져 자영업자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단 돈 몇 천원 없어 범행 저질러…경찰 단속 강화 vs 사회 안전망 확충

청년층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아직 취업을 하지 못 한 채 공무원시험 등을 준비하는 20~30대도 단돈 몇 천원이 없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사정이다 보니 경찰 단속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고개를 든다. 그보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부터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다시 말해 경찰들이 순찰을 강화하고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경찰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관할 인구 25만명, 경찰관 정원 150명 이상인 1급지 경찰서를 대상으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운영한 바 있다.

지난해 3월8일~11월30일 전국 142개의 1급지 경찰서에서 위원회를 운영한 결과 경범죄 형사입건 대상 1469명 중 1375명이 즉결심판으로, 즉결심판 대상 972명은 훈방조치로 각각 감경됐다.

시민단체 역시 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인권연대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장발장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장발장 은행은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가야 할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곳이며, 별도의 신용 조회 없이 무담보,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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