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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첫 키스만 50번째'의 한 장면. 드류 베리모어(왼쪽)과 아담 샌들러 주연의 이 영화는 전날 사랑에 빠진 남자를 다음날이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14살 때부터 뇌전증을 앓았던 제시카는 그간 몇 차례 발작을 일으키긴 했지만, 두 사람이 만난 지 7개월 되던 날의 발병은 이전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후가 나빴다.
제시카는 당시 출근길 기차 안에서 발작을 일으켜 정신을 잃었고, 동행했던 연인이 바로 병원으로 옮겨 더 큰 화제를 막았다. 그러나 깨어난 그녀는 모든 기억을 잃고 말았다. 부모도, 리치도,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몰랐다.
런던 국립병원에서 ‘발작이 원인이 된 기억상실증’ 진단을 받은 제시카는 1주일쯤 지나 퇴원했지만 담당 의사로부터 절망적인 얘기를 들어야 했다. 의사는 “반년이 지나면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지만 다시 기억을 잃을 가능성이 50% 정도”라고 전했다.
절망에 빠진 그녀를 두고 리치는 “처음 거울을 보고도 자신이 누구인 모르는 여자 친구에게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녀와 행복했던 기억을 버릴 수 없다"고 다짐했고, 그 후 수개월간 함께 했던 장소를 찾아다니며 그녀가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곁에서 정성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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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켄트주 브리지웰스에 사는 제시카 셔먼(20·오른쪽)과 연인 리치 비숍(25). 리치는 함께하면서 행복했던 기억을 모두 잃은 제시카 곁에서 한결같은 사랑의 응원을 보냈다. |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을 맞추고 있는 제시카는 지난해 9월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해 '잃어버린 지난날'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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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켄트주 브리지웰스에 사는 제시카 셔먼(20·왼쪽)과 연인 리치 비숍(25). 제시카는 모든 기억을 잃는 바람에 처음 리치를 사랑했던 마음은 잊었지만, 다시 사라을 키우고 있다. 둘은 다시 연인이 됐다. |
제시카는 "그와 식당을 찾았을 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며 “아마 그때 많이 기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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