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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도서정가제, '가뭄의 단비'일까?

입력 : 2017-02-14 05:00:00 수정 : 2017-02-13 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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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2년여를 맞아 책값 '거품'은 꺼지고, 신간 구매는 늘어났습니다. 또 신간 단행본이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하게 높아졌습니다. 복합적인 문화공간 기능을 하는 동네책방의 창업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지역 서점의 경영 여건도 약간이나마 호전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눈에 띄게 매출이 늘진 않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그래도 나아졌다는 반응입니다. 도서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먼저 도서정가제 이전 19%였던 신간 할인율이 제도 시행 후 15%로 낮아진 만큼 온라인 서점에 대한 공급률(정가 대비 도서 매입가격 비율)이 알맞은 수준으로 조정되어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간(舊刊) 도서를 판매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고 도서를 소진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기업형 중고 서점이 늘어난 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중고 서점의 신간 판매를 제한하곤 있지만, 신간 도서를 중고 시장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제3의 할인 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된 데 따른 지적입니다.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2년여가 흘렀다. 개정 정가제는 발행일이 1년6개월 지난 구간 도서와 참고서도 대상에 포함하고, 기존보다 최고 할인율을 4%포인트 낮춘 것도 골자다.

도서정가제는 출판물의 과도한 가격경쟁 지양과 위기에 처한 동네 서점의 활성화, 출판 도서의 다양화를 위해 도입됐다. 몇몇 소비자는 저렴하게 책을 구매하는 길을 막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출판계에서는 제도 안착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가 부작용보다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먼저 순기능으로는 서점과 출판사들이 치열하게 펼쳤던 할인율 인하 경쟁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점 감소세의 둔화도 긍정적인 기능으로 꼽힌다. 특히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 고사(枯死) 직전까지 갔던 중소형 서점들은 도서정가제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도서정가제에 힘입어 차나 술을 팔거나 다양한 강연을 여는 특성화된 서점과 주인이 책을 골라 추천하는 큐레이션(curation) 형태의 책방 등을 창업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참고서 판매에 의존하던 기존 동네 책방들은 공공기관과 도서관에 책을 대량으로 팔 수 있게 되면서 그나마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에는 대형 서점과 전문 납품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공공기관 도서 계약에 동등한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해 상반기 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와 '학교장터'의 도서 계약을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의 53.6%가 지역 서점으로부터 공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과학과 철학,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신간 도서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도서정가제, 책값 내리는 데 별 효과 없어

다만 도서정가제가 책값의 거품을 빼는 데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신간 도서의 평균 정가가 2014년 1만5631원에서 2015년 1만4929원으로 소폭 내렸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1만7356원으로 올랐다.

책값을 낮추려면 도서정가제의 최고 할인율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최고 할인율(15%)을 적용하는 곳은 자본력이 있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불과하다. 몇몇 온라인 서점은 제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는 2003년 도입 후 대상 도서를 늘리고 최고 할인율을 내리는 쪽으로 변해왔다. 궁극적으로는 책을 할인 판매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도서정가제가 시행돼야 동네 서점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향후 도서정가제가 완벽하게 뿌리를 내리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출판사와 서점 간 공급률 조정 문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납품하는 단가의 정가 대비 비율이다. 정가가 1만원인 책을 출판사가 서점의 마진을 감안해 6000원에 넘긴다면 공급률은 60%가 된다.

개정 도서정가제로 책의 할인율이 15%로 제한됨에 따라 공급률을 높일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 출판계의 입장이다. 예전에는 서점에서 훨씬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팔릴 것을 염두에 두고 출판사가 낮은 공급률로 책을 넘겼는데, 이제는 15%로 제한된 만큼 공급률도 조정해야 한다는 계 출판업계의 논리다. 특히 할인율이 커 상대적으로 낮은 공급률로 책을 넘겨 받았던 온라인 서점에 대한 출판사들의 조정 요구가 거셌다.

이에 온라인 서점 측은 독서인구 감소로 책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어 공급률을 올리는 것이 여의치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온라인·대형 서점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률, 즉 낮은 마진율로 책을 받는 중소형 서점은 온라인·대형 서점과 형평을 맞춰달라면서 오히려 공급률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형' 중고서점 논란…정가에 대한 가격저항, 도서정가제 취지 흔들릴 우려

기업형 중고 서점도 논란거리다. 대개 중고 서점은 소규모 형태로 운영돼왔는데 최근 들어 온라인 서점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기업형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물론 중고 서점은 온라인 서점 입장에서는 수익 다각화를 위한 선택이고, 독자 입장에서는 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형태의 서점 진입으로 중고 도서 시장이 확대되면 신간 시장이 위축될 소지가 높고, 도서정가제의 취지도 흔들릴 수 있다. 신간이 나온 지 얼마 안돼 바로 중고 서점에서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독자들은 신간 구입을 주저할 게 뻔하고, 정가에 대한 가격 저항도 생길 수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신간의 가격 할인이 제한된 만큼 가격 제한이 없는 중고 서점으로 독자들이 몰릴 소지도 커졌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온라인 서점 측은 신간이 바로 중고 서점으로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 출간 6개월 내에 한해 중고로 유통시키지 않기로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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