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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스포츠+] 유니폼 35번 장종훈…10년 뒤 연봉 33배 뛴 고졸연습생

입력 : 2017-02-04 07:43:00 수정 : 2017-02-03 13: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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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스포츠+] 전설의 유니폼 넘버, 35번의 주인공…①장종훈, 고졸연습생 신화 남겨

◇ 연봉 300만원, 10년만에 33배 뛴 1억원으로…하루 3000번 스윙연습 결과

장종훈(1968년 4월 10일생)은 고졸 연습생(지금은 신고선수) 신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연습생은 프로구단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되지 못하고 계약금도 없고 최저 연봉(2017시즌 기준 2400만원)도 보장 받지 못한다.

등록 엔트리에 없기에 2군에서만 경기를 뛸 수 있다.

장종훈은 세광고를 졸업하던 1986년 프로도, 대학도 불러주는 곳이 없어 어렵게 고향팀 한화 이글스에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연봉 300만원에 배팅볼을 던져 주거나 장비를 챙기는 치닥거리를 하면서 만에 하나 주어질 기회를 엿보는 자리였지만 고맙게 받다 들였다. 

그런 그가 1년만에 주전, 2년만에 천하의 김재박을 제치고 유격수로 골든 글러브를 획득했으며 연봉도 성큼성큼 뛰어 1996시즌엔 타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연봉 1억원을 기록했다.

장종훈의 연봉 추이를 보면 1986년(300만원)→ 87년(600만원)→88년(750만원)→89년(1500만원)→1990년(1875만원)→91년(3750만원)→93년(7800만원)→1996년(1억원)→2001년(1억3000만원) 등 숨가쁘게 올랐다.

장종훈은 "3년만 고생하자"며 남들이 하루 2000번 스윙할 때 3000번이나 스윙에 매달려 연습시간이 자정을 넘기기가 일수였다.

그 결과가 '연습생 신화'로 돌아왔다.

◇ 장종훈이 닦은 길로 김현수까지 달려와

장종훈이 연습생에서 일약 홈런왕으로 신분상승하자 각 팀들은 신고선수를 하나의 유망주 배출 수단으로 눈여겨 보게 됐다.

당장은 전력감이 아니지만 다듬기 여하에 따라 재목감이 될 선수들을 큰 돈 들이지 않고, 선수 정원을 피해 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장종훈이라는 인물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 꼭 저렇게 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

그 결과 한용덕(이상 한화) 송유석(해태), 최창호(태평양) 김민호, 김상진 손시헌(이상 두산), 박경완(쌍방울) 등 나름의 사연을 가진 신고선수 출신 스타가 탄생됐다. 

최근 신고선수 중 최고스타는 두산을 거쳐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알토란 같은 타자로 성장한 김현수이다.

하지만 저비용 고효율성에 재미를 본 구단들로 인해 2009년에는 신인선수보다 신고선수 수가 더 많은 역전현상까지 빚어지자 KBO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7명 이상을 지명한 팀에게만 신고선수를 3명까지 인정하겠다"라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 1987년 4월 찾아온 기회 살려 한화 이글스 첫 영구결번 영광까지

장종훈은 1987년 4월 14일 해태전 때 주전 유격수 이광길의 부상으로 3번타자자리에 대타로 들어가 2루타를 날려 주목을 끌었다.

1987시즌 홈런8개 타율 0.270으로 눈도장을 찍은 장종훈은 1988년 타율 0.241, 홈런 12개, 57타점 기록과 함께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사상 최고의 유격수라던 김재박 시대를 끝내게 한 역사적 사건으로 '연습생 신화'탄생의 서막이었다.

이어 1990년 타격 3관왕(홈런, 타점, 장타율)-91년 타격 5관왕(홈런, 안타, 타점, 득점, 장타율)-92년 타격 4관왕(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3년 연속 홈런1위를 차지하면서 '홈런왕'이미지를 굳혔다.

장종훈은 2005년 6월 체력의 한계를 느껴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KBO는 장종훈을 올스타로 특별 선정, 올스탄을 통해 은퇴식을 갖게 했다.

한화 이글스도 그해 9월 15일 KIA와의 홈경기 때 은퇴식을 열고 한화이글스 첫 영구결번(KBO 5번째) 영광까지 부여했다.

◇ 너무나 인간적인 장종훈, 나보다 남

장종훈은 인간적인 선수로도 이름이 높다.

홈런왕으로 명성이 자자하자 모대학에서 '특별 입학'을 제의해 왔다.

이에 대해 장종훈은 "나도 가고 싶다. 아이들에게 대학나온 아빠라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가면, 고졸출신 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가 없어지지 않겠는가"며 사양했다.

많은 팬들은 장종훈하면 1999년 7월10일 쌍방울전 때 자신의 타구에 맞아 쓰러진 투수 김원형을 향해 달려가던 모습을 떠 올린다.

1루를 밟은 뒤 심판에게 '타임'을 걸고 투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장종훈은 아웃된다는 생각할 겨를 없이 본능적으로 곧장 투수마운드로 직행, 피를 흘리고 쓰러진 후배 김원형의 상태를 살폈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원형은 그 후 장종훈을 상대할 때면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고로 존경한다는 뜻이다.

◇ 장종훈이 남긴 기록

*유격수출신 첫 홈런왕 (1990년) *단일시즌 첫 3할 - 30홈런 (1991년) *단일시즌 첫 100타점 (1991년)

*단일시즌 첫 100득점 (1991년) *단일시즌 첫 40홈런 (1992년)

*첫 3년 연속 홈런왕(1990년~92년) *첫 3년연속 타점왕(1990년~92년)

*첫 3년 연속 최고 장타율(1990년~92년) *첫 3개 포지션 골든 글러브 수상 (1992년) – 유격수,1루수,지명타자

*단일 시즌 최고 장타율 4회 수상(1990~92년, 1995년)

*통산 340홈런(역대 3위) *통산 1771안타(역대 14위) *통산 1145타점(역대 3위)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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