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편 가르기와 분열주의는 우리 정치의 고질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자기 쪽의 사고에 갇혀 해괴한 논리로 상대를 비난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정치 교체와 국민 통합을 외친 반 전 총장이 중도에 꿈을 접은 것은 이런 구태 정치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는 정치권을 겨냥해 “말은 대의라고 하면서도 정작 대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사람이 많더라”고 일갈했다. 대선 경쟁에 뛰어든 정치인들이 깊이 새겨들을 지적이다.
언론 역시 그의 쓴소리를 보약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반 전 총장은 “언론은 무관의 제왕이다. 제왕이 부정적 의미로 쓰이지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어떻게 계도하려고 하는 건지, 참 안타깝다”고 했다. 굳이 반 전 총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런 생각을 가진 국민이 적지 않다.
나라를 이끌 반듯한 지도자를 뽑기 위해선 혹독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도덕성과 함께 국정수행 능력, 소통 능력 등의 자질을 꼼꼼히 따지고 살펴야 한다. 하지만 그간의 검증 과정을 보면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도자의 자질과 무관한 곁가지에 매몰되거나 음해성 가짜뉴스로 인격 살해를 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졌다. 오죽했으면 반 전 총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는 데 무슨 에비앙 병을 잘못 잡았느니, 전철을 잘못 타느니, 이런 건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겠는가. 언론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일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맞으면서 국민들은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통령이 나오기를 염원한다. 미국 대통령처럼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이 우리에게도 탄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국민의 눈높이만큼 언론 검증과 정치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 이전투구와 우물 안 사고로 찌든 개천에선 절대 용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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