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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담배 경고그림 시행 한 달째…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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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30 15:59:00 수정 : 2017-01-30 16: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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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종류 담배경고 그림 중 단 2개만 효과… 대부분, 무슨 상황인지 알기 어려워 / 가족애 강조하는 은유적 사진은 전혀 효과 없어… 일각에서는 경고그림이 지나친 소비자 침해라는 비판

"경고만 하지 말고, 니코틴 패치 무료 보급 활성화 등 노력강화해야"
#흡연을 해 본적 없는 석지현(31·여)씨. 하지만 석씨는 요즘 편의점에서 물건을 계산할 때마다 시야에 들어오는 담배 경고그림들에 마음이 불편하다. 주변에 담배를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는 ‘골초’들이 많아 자신도 모르게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남 걱정에 한숨까지 절로 나온다는 것. 그에 비해 막상 ‘골초’들은 태연하다. 경고그림들 중 실제로 섬뜩함을 유발하는 그림은 2~3종에 불과하단 상반된 평가가 잇따른다. 이마저 담배 케이스에 별도로 보관하면 별 지장 없다는 주장.

그들 중엔 “즐겁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를 왜 침해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다. “살 때마다 짜증만 유발 할뿐, 흡연은 어차피 지속할 것”이라며 오늘도 흡연자 친구 박보라(27·가명)씨는 흡연자 권리를 빼앗는 정부 시책에 심리적 저항감을 드러낸다. 일종의 부작용인 셈이다.
담배 경고그림.

목에 구멍 난 후두암 환자 사진, 구강암으로 종양가득한 입, 담배 연기를 그대로 맞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 등 10 종류의 ‘담배 경고그림’이 담배 겉면에 붙은 채 지난주부터 전국 소매점에서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고그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비흡연자는 금연효과가 높을 것이라 판단하는 반면, 흡연자들은 그림이 아무리 흉측하게 느껴진다 해도 대체로 금연으로까지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 일색이다. 불쾌하지만 흡연의 각종 폐해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흡연을 해 온 것이기에 그림으로 인한 ‘새로운 깨달음’이나 충격으로 인한 금연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담배 케이스 장착 등 각종 ‘꼼수’ 논의들도 다양하다.

세계일보가 지난 29일 서울 구로구, 종로, 용산구 일대를 지나는 행인 120명(흡연자:47명, 비흡연자:73명)을 대상으로 ‘담배 경고그림’의 종류별 효과에 대한 길거리 설문을 벌인 결과 흡연자는 담배 경고그림으로 인한 금연유발효과를 10점 만점에 2점으로, 비흡연자는 평균 5.87으로 6점에 가깝게 평가해 극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눈여겨볼만한 점은 흡연자들 중 ‘담배 경고그림’들이 아예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0점’으로 평가한 이들이 전체의 1/3에 육박하는 15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반면 흡연자 중 효과가 5점 이상 넘을 것이라 평가한 이들은 약10%(5명)에 불과하다. 특히 인터뷰 결과 남한테는 설사 그 정도 효과가 있어도 나에게는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라 말한 이들도 상당수 인 것에 근거했을 때 금연 캠페인에 있어서도 제3자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간접적 근거를 확보할 수도 있었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전체 80%에 달하는 59명이 금연효과가 10점 만점에 5점 이상은 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10점 만점을 준 이들도 5명이나 있었다. 김성희(60·여)씨는 "10종의 그림 모두가 징그러워 쳐다보는 것 자체가 싫다"며 가장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림을 꼽으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자체를 거부했다.
 
사진①.
◆10개의 사진 중 2개를 제외하고는 금연효과 '전혀' 없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막론하고 가장 금연에 효과적일 것이라 평가받은 사진은 구강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입 부분을 확대한 사진(사진①)과 후두암 환자의 환부를 크게 보여준 사진(사진②)이었다. 이 외의 사진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흡연자 2명(4%), 비흡연자들 8명(10.9%)으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사진②.
특히 노화를 강조한 사진(사진③), 뇌졸중 환자를 담은 사진(사진④), 아이가 연기를 맞고 있는 사진(사진⑤), 임신 중 흡연 피해를 담은 사진(사진⑥)을 택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사진③.
사진④.
사진⑤.
사진⑥.
또한 조기사망으로 가족사진 중 한명이 지워지고 있는 사진(사진⑦)(2표)은 사실상 죽음을 표현한 것임에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 효과가 약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사진⑦.
그림을 본 이상수(58)씨는 "그림 크기는 작은데 가족 사진 전체를 담다보니 자세히 보기전까지는 가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인지도 몰랐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보였다. 또 흡연자 최모(45)씨는 "보자마자 혐오스럽다는 느낌이 확 이는 환부사진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며 "가족의 소중함, 간접흡연의 폐해를 암시한 것은 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림의 상황을 완전히 오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재수(73)씨는 "뇌졸중으로 환자가 누워 있는데 상체를 탈의한 상태라 야한 사진인 줄 알았다"며 "대부분의 그림을 알아보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사진⑧.
반면 비흡연자들은 상대적으로 성기능장애를 나타낸 사진(사진⑧)(2명), 심장질환(사진⑨)(1명)을 포함해 흡연자들이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라 평가한 그림을 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충남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추효선(26)씨는 “흡연을 해보지 않아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생각'을 곰곰이 해 본 것이라 당사자들인 흡연자들의 평가와는 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들에 비해 오랜 시간 사진을 들여다보고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⑨.

◆흡연 경고그림 부착, "소비자 권리 침해", "좋은 정책" 의견 분분

설문에 응한 대다수 흡연자들은 섬뜩한 그림들로 심리적 타격을 받는 것은 분명하지만 담배를 끊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까지 별 도움은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폐해를 몰라서 흡연한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끊기 힘들어 피운 것인데 진단을 잘못했다는 지적이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겠지만 나중에는 외국처럼 익숙해 질 것이라는 의견, 엄연한 소비자 권리 침해, 정부의 생색내기 등 회의적인 반응도 잇따랐다. 

혐오스러운 그림으로 경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금연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들이 활발히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었다. 흡연 15년차인 김성수(36)씨는 "회사에서 흡연자들을 위해서 무료로 니코틴 패치를 배포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니코틴 패치의 부착효과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며 "막연히 금연이 어렵다는 인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라 제안했다.

담뱃값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로 흡연 8년차인 안모(27)씨는 "정부에서 어정쩡한 수준으로 담뱃값을 올려서 결국 세수만 확보한 셈"이라며 "금연효과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아예 만원 이상, 실질적인 금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으로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주장했다.

금연효과를 가장 크게 할 수 있는 즉각적인 혐오반응을 이끌어내는 영상만을 엄격히 선별해서 공익광고를 자주 상영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표현을 활용한 영상들은 효과는커녕 거부감만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흡연자 최명한(28)씨는 "사실 금연을 강조하는 게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한 것도 있는데 너무 죄인처럼 몰아세우면 오히려 저항하고 싶다"며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공간을 확실히 마련해 길거리 흡연 부작용 등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는 주장을 전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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