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도 일상의 대화에서 상대방 말의 진의가 궁금할 때 ‘진짜입니까’라고 다시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느낌은 일본에서 ‘혼네데스까(진짜입니까)’와 그 강도가 훨씬 다르다. 일본에서 이 말은 정말로 당신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표현한 것인가라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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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현철 KBS미디어 감사·전 도쿄특파원 |
언어는 문화의 축약이라고 한다. 양국의 언어에서도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우리는 ‘…하겠다’라고 직접적인 의사 표시를 하거나 감정을 잘 드러내는 표현이 많다. 반면, 일본어는 ‘…해 받겠다’라는 상대가 주체가 되는 애매한 표현이나 수동형 문장이 많다. 그래서 일본어를 구사할 때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일본인 특유의 애매한 표현 방법이나 수동형 문장을 잘 사용해야 고급 수준에 이르게 된다.
내가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실망하는 한국인을 종종 만났다. 일본인과 상담할 때 분명히 좋은 표현이 많아서 곧 계약이 될 것 같았는데, 결국에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상대방의 요구를 딱 잘라 거절하지 않고 듣기 좋은 표현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즉 혼네와 다테마에를 잘 구분하지 못해서 일어난 착각이었던 것이다.
일본인의 다테마에는 상대가 듣기 싫어하거나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속내를 숨기는 부드러운 표현 방법이다. 즉, 일본인들은 자신의 진짜 속내를 구름에 달 가듯이 아스라하게 표현하는 것을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과의 대화에서 진짜 속내를 파악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일본인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며 일본인과 사귀거나 비즈니스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본인들이 상대를 신뢰하지 않아서 그 속내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질서 유지에 필요하다는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잘 드러내는 것이 믿을 수 있다는 한국, 자신의 생각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전체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되고 상대를 배려한다는 일본, 그 문화적 차이를 잘 이해하면 오히려 서로에 대한 신뢰를 키우고 좋은 거래 당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왕현철 KBS미디어 감사·전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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