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는 노동, 자본 투입 여부와 관계 없이 일정 소득을 국가에서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는 복지제도다.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를 조건 없이 지급한다는 점에서 좌파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기존의 부문별 복지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 행정 비효율을 줄이고 복지 혜택을 일원화한다는 점에선 우파적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 지난 6월 스위스에서 국민투표제에 부쳐져 본격적으로 논의된 기본소득제는 탄핵안 가결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25일 통화에서 “좌우적 관점을 모두 갖고 있는 제도이니만큼 여야 주자 모두 취지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주자가 어떻게 이슈를 끌고 가느냐가 제도의 생명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야권 잠룡들의 논의가 활발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본소득제 관련 대표적 저술인 다니엘 라벤토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교수의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의 번역작업에 공동 참여하고, 부분적 기본소득제의 일종인 청년수당제도를 성남시에 도입해 이 분야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최근 아동수당, 청년수당, 노인 기초연금 등 생애 주기별로 세분화한 한국형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부분적 수당제도 도입에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아직 공식적으로 기본소득제를 들고 나온 주자는 없지만,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제를 가리켜 “미래 어젠다로 충분히 논의 가능한 주제”라고 했다. 기본소득제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복지 의제의 화두로 등장했지만, 자원 조달 문제 등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며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 의원은 “지난 대선의 경제민주화 슬로건처럼 이슈 선점 경쟁만 난무하고 실제 내용은 없는 논의로 끝날 수도 있다”며 “전면적 도입보다는 각 주자들이 농민, 청년 등 지원이 절실한 특정 계층만이라도 겨냥해 내실 있는 제도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