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마찬가지다. 감독이나 주연배우는 이름과 얼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까지 그렇지는 않다. ‘출연 배우들’, ‘참여 스태프들’로 표현되고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
오늘은 그들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해볼까 한다. 그들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한 얘기도 곁들여서.
영화 한 편이 관객을 만날 때까지, 촬영, 조명, 미술, 음향, 편집 등을 담당한 스태프들과 조연배우, 단역배우, 그리고 투자, 기획, 제작, 홍보, 마케팅 등을 담당한 이들부터 장비를 실은 탑차를 운전한 이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이루어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함께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영화 마지막에 오르는 자막, 엔딩크레딧을 읽는 것이다. 어떤 영화는 10분 이상 자막을 통해 참여자들의 이름이 소개되기도 한다.
어떤 영화관은 자막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객석의 불을 켜지 않는다.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모두 상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영화 제작에 참여했으나 가려진 수많은 협력자들에 대한 예의 표시이기도 하다.

1회 차라도 더 영화를 상영하고픈 사람들이나, 1분이라도 빨리 상영관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암흑이겠지만, ‘참 많은 이들이 함께했구나!’ 라는 또 하나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암흑일 수도 있다. 요즘은 상영관 내 암흑을 반 암흑 정도로 조정해, 이동하는 이들과 자막을 보기 원하는 이들 모두를 어느 정도씩 배려하는 추세다.
아마도 자의적으로 자막을 열심히 본 경험 몇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자막 후 등장한다는 쿠키 영상을 보기 위해서인 경우도 있겠고, 영화를 보면서 단역이지만 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맡은 배우가 궁금해지거나, 의상이나 음악 등 인상 깊은 부문의 담당자가 궁금해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약 빠른 자막 오름 속도로 타이밍을 못 맞춰 이름을 못 봤다거나, 익숙하지 못한 용어나 영어의 등장으로 누가 누군지 잘 파악할 수 없었다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서비스하는 KMDB 사이트에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옛 영화부터 요즘 영화까지 영화 제목이나 영화 인, 키워드 등을 이용한 검색이 가능한데, 해당 영화 자막을 기준으로 배우와 스탭들의 이름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이름을 클릭해 참여한 다른 영화들을 확인할 수도 있다. 링크 따라 삼만리가 가능한 곳이다. 예를 들어 “‘마스터’의 감독이 누구고, 그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는 또 뭐가 있는지?” 식의 궁금증 해결도 가능하다. 옛 한국영화라면 VOD 서비스가 제공되는 영화도 있다.
포털 사이트에는 소위 주요 배우, 스태프들만 간략하게 나오고, 해당 영화 홈페이지는 보통 오래 서비스를 하지 않으니,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의 약자인 kmdb는 기억해둘만 하다. 국내에서 상영된 외국영화의 경우에도 찾아볼 수 있다.
세상 많은 일에서 늘 모두의 이름과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들 없이 그 일은 이뤄질 수 없다. 그래서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진 못해도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 모두가 뿌듯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영화 판 카메라 안팎, 앞뒤 사람들 모두도 그렇고!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예술과 교수
사진=KMDB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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