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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정성으로 버무린 음식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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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7 21:15:04 수정 : 2017-02-07 11: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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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따라해도 독특한 맛 못 따라가
가족 위한 어머니 사랑이 최고의 양념
한국에는 손맛이 있다. 말 그대로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솜씨에서 우러나오는 맛이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레시피대로 따라 해도 맛이 안 나올 때가 있다. 특히 한국 음식의 맛을 대표하는 김치가 그렇다. 한국에 시집 와서 지금까지 시어머니께서 김치 담그는 걸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때마다 배추 상태에 따라 담그는 시간도 다르고, 무와 고춧가루의 상태를 보면서 예쁜 색이 나게 양을 조절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메모를 해도 소용이 없다. 상황에 맞게 눈으로, 손으로 맛을 조절하고 양념을 조금씩 더해가며 버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치 담그는 과정을 잘 습득해야 하는데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김장김치는 양이 많은 데다 그 속에 들어갈 양념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특히 고추는 잘 골라서 따고 나면 정성스럽게 말려야 하는데 그 작업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날씨를 보면서 여러 번 되풀이하고 방앗간에 가져가 곱게 빻아야 한다. 액젓과 새우젓도 미리 맛있는 걸로 사놓고 마늘이나 생강도 손질해 둬야 한다. 그런 과정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면 올해는 “사서 먹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한국 음식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양념은 맛을 돋우기 위해 쓰는 재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참기름이나 들기름, 깨소금, 파, 마늘 간장, 소금, 설탕 등이 있고 장과 기름도 손수 만든다고 한다. 양념 만드는 것도 얼마나 손이 가는지 모른다. 일본 음식은 그 재료의 맛을 느낄 정도로 소박하고 담백한 맛이 많은 것에 비해 한국에서는 재료의 맛도 중요하지만 양념 맛이 그 요리의 맛을 결정한다. 여러 재료가 잘 어우러진 양념에서 나온 맵고 달고 하는 깊은 맛은 마치 한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희로애락을 섞은 인간의 감정을 연상시킨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다음을 반드시 봐야겠다고 느끼게 만들어진 한류 드라마는 자극이 있고 입에 당기는 한국의 음식맛과 비슷하다.

나는 일본에 있을 때는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이용했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보다 더 싸고 편리하고 맛도 좋아서 맞벌이부부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간단하게 먹기에는 딱 좋아서 잘 팔린다. 하지만 그 맛은 기업이 만든 맛이다. 그 맛에 익숙하고 식생활화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편리해 평소에 먹는 음식이 돼 버렸다. 사람은 쉽고 편리한 맛에 일단 물들면 거기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먹는 것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쾌적하고 편리한 것을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위해 수고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손수 만든 요리, 나를 위해 마련해 준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버무리고 무치고 하면서 맛을 만들어가는 손은 혈관이나 신경이 집중돼 있고 뇌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외부의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하는 것도 손은 인간의 몸 중에서 사랑의 감정을 제일 잘 나타내는 부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손맛이란 말로 하기는 부족하고 말로는 못하는 사랑의 감정을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서 살아가는 힘이 되라고, 잘살라고 비는 한국 어머니의 마음이다. 내 손은 어머니 사랑과 정성의 손맛이 배어 있을까. 분명히 그럴 것이라 믿고 오늘도 깊은 맛의 음식에 도전해본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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