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위한 어머니 사랑이 최고의 양념 한국에는 손맛이 있다. 말 그대로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솜씨에서 우러나오는 맛이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레시피대로 따라 해도 맛이 안 나올 때가 있다. 특히 한국 음식의 맛을 대표하는 김치가 그렇다. 한국에 시집 와서 지금까지 시어머니께서 김치 담그는 걸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때마다 배추 상태에 따라 담그는 시간도 다르고, 무와 고춧가루의 상태를 보면서 예쁜 색이 나게 양을 조절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메모를 해도 소용이 없다. 상황에 맞게 눈으로, 손으로 맛을 조절하고 양념을 조금씩 더해가며 버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치 담그는 과정을 잘 습득해야 하는데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김장김치는 양이 많은 데다 그 속에 들어갈 양념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특히 고추는 잘 골라서 따고 나면 정성스럽게 말려야 하는데 그 작업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날씨를 보면서 여러 번 되풀이하고 방앗간에 가져가 곱게 빻아야 한다. 액젓과 새우젓도 미리 맛있는 걸로 사놓고 마늘이나 생강도 손질해 둬야 한다. 그런 과정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면 올해는 “사서 먹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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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
나는 일본에 있을 때는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이용했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보다 더 싸고 편리하고 맛도 좋아서 맞벌이부부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간단하게 먹기에는 딱 좋아서 잘 팔린다. 하지만 그 맛은 기업이 만든 맛이다. 그 맛에 익숙하고 식생활화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편리해 평소에 먹는 음식이 돼 버렸다. 사람은 쉽고 편리한 맛에 일단 물들면 거기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먹는 것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쾌적하고 편리한 것을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위해 수고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손수 만든 요리, 나를 위해 마련해 준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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