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은 사고 당시 보통 나타나는 여러 징후, 사후검사 및 블랙박스 영상 등 객관적인 사정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과 달리 송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김종문)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금고란 징역형과 같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형벌이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송씨가 낸 사고에는 차량 급발진 사고의 경우 보통 나타나는 여러 가지 징후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며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량이 주행할 때 나는 일반적인 소음만 녹음돼 있을 뿐 급가속할 때 엔진에서 생기는 굉음은 전혀 녹음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급발진 사고의 경우 갑작스럽고 통제할 수 없는 가속현상에 운전자가 놀라기 마련"이라며 "블랙박스 영상에는 송씨가 급발진에 놀라 내는 소리 등이 전혀 녹음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량 후면 브레이크등은 제동장치 등의 고장과는 무관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아래 있는 스위치를 건드리면 점등된다"며 "사고 차량의 경우 피해자를 충격할 때까지는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고, 충격 후 도로에 진입한 직후에 브레이크등이 점등됐다"고 판단했다.
또 "사후검사 결과 사고차량에 기계적·기능적 고장은 발견되지 않았고, 오히려 데이터 분석 결과 송씨는 사고 당시 제동장치가 아닌 가속장치를 작동했다"며 "원심은 객관적 사정은 무시한 채 송씨 주장과 같이 불가항력적인 사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송씨는 사고 차량의 조향 및 제동장치 등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로 인해 사고를 발생했다"며 "원심 판단은 합리적 의심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송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송씨는 차량의 제동장치 등을 정확히 조작하지 못해 피해자를 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항소심에서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송씨는 지난해 2월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 세차장에서 자동세차를 마친 뒤 차량을 우회전하다가 급발진해 다른 차량을 손세차하기 위해 서 있던 피해자 김모(43)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차량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어난 불가항력적인 사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송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뉴시스>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