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광어(넙치)나 우럭(조피볼락)이겠지 하는 생각과 달리 최근 한 조사에서 고등어와 연어가 선정됐다. 연어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물고기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10여 년 전 노르웨이와 칠레에서 대량 수입되면서 우리 입맛이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빛깔부터 남다른 주홍색 연어 살은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돋는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탓에 비싸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연어 스테이크나 회는 유명 호텔 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뷔페 식당에도 다 있는 약방의 감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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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한국해양학회장 |
연어는 참으로 신비한 물고기다. 모천회귀, 즉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 연어의 이런 습성을 이용해 우리나라에서는 자원관리 차원에서 1967년부터 동해안 하천을 찾는 연어를 포획한 뒤 인공수정해 부화한 치어를 방류해왔다. 우리나라에 사는 연어의 한살이를 살펴보자. 가을에 하천으로 올라온 암컷 연어는 알을 낳고 수컷은 알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부화한 새끼 연어는 겨울을 나며 몸길이 5㎝ 정도까지 자란다. 이듬 해 봄에 더 넓은 세상을 찾아 바다로 나간다. 동해를 거쳐 북태평양으로 나간 새끼 연어는 베링해와 알래스카 부근 바다에서 3~5년 동안 자란 후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하천을 떠난 연어가 모두 돌아올 수는 없다. 2만여㎞에 달하는 험난한 대장정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회귀에 성공할 확률은 1000분의 1도 안 된다. 연어의 짝짓기는 죽음을 앞둔 마지막 의식이다. 번식을 마치면 후대를 위해 죽음을 맞이한다.
참고할 지형지물이 전혀 없는 망망대해에서 산란을 위해 고향을 찾아가는 연어의 능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찾는 위성항법장치(GPS)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도 요즘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치가 되고 마는데. 연어의 회귀 능력에 대해서는 후각, 지구 자기장 등 여러 설이 있다. 새끼 연어가 하천을 떠나 바다로 갈 때 강물 냄새를 기억했다가 돌아온다는 것이 후각설이다. 연어의 남획, 강의 오염, 댐 건설로 인한 수로 차단 등은 연어의 귀향을 방해한다. 연어를 보니 우리 모습이 대비된다.
요즘 우리 사회는 길을 잃고 어수선하다. 가야 할 곳이 안 보인다. 방향타를 잡은 조타수가 없는 배는 난파한다. 연어는 오리무중 바다에서도 길을 잘 찾는데, 자신을 희생하는 연어 한살이에서 지금 우리는 어떤 지혜와 교훈을 얻어야 할까.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한국해양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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