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 가쿠계(學芸) 대학은 전날 이 대학의 부속고등학교 남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이지메를 당해 골절과 뇌진탕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 사태’임에도 문부과학성에 늑장 보고를 하는 등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이유로 고교 교장 등 5명에게 견책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 대학에 의하면 피해 남학생은 지난해 5∼9월 이지메를 당했다. 체육대회 연습 중 넘어뜨려져 손목이 골절했고, 동급생의 어깨에 끼인 상태로 바닥에 넘어져 뇌진탕을 일으켰다. 매미의 유충을 핥게 하는 일도 당했다. 이 학생은 지난해 6월 학교가 실시한 이지메 관련 정기 설문조사에서 피해를 호소했지만 학교 측은 사실 확인을 소홀히 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보호자가 지난해 9월 피해 사실 서류를 학교에 제출함에 따라 문제가 발각됐다. 이에 따라 가쿠계 대학 측이 조사를 진행했고, 올해 3월 문부과학성에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경찰은 지난 5월 상해 혐의로 학생 2명을 입건했다. 이 대학은 피해자가 몇 학년인지, 가해 학생은 몇 명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피해 남학생은 등교 거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전날 기자회견서 “인식 부족으로 보고가 대폭 늦어져, 피해 학생과 보호자에게 고통을 주게 됐다”고 사죄했다.
일본에서 이지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가 이지메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대응이 늦어져 사태가 심각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에는 이지메 방지 대책 추진법이 마련돼 있다. 이 법에는 아이의 생명, 심신, 재산에 중대한 피해가 생기거나 등교 거부를 하게 되는 사례를 ‘중대 사태’로 정하고 있다. 또 학교가 중대한 이지메를 인식한 경우 조사를 위한 조직을 설치하고, 국립학교인 경우 문부과학성에 보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전문가회의는 지난달 중대 사태의 정의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구체 사례를 제시하라고 문부과학성에 요구했다.
전문가회의 멤버인 한 변호사는 이번 이지메 사례에 대해 “골절 등 심한 부상을 당하기 전에 누군가가 눈치를 채고 학교 전체에 공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의 목적은 이지메를 당한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가해자를 배려하거나, 학교의 평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현장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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