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일본 츄오대 조사결과 일본의 미혼남녀 4명 중 3명은 20살이 되기 전까지 연애 경험이 전무하며, 2명 중 1명은 25살까지 한 번도 연애해 본 적 없다고 답했다.
마사히로 야마다 츄오대 교수는 “일본의 젊은 층 사이에 ‘좌초한 싱글’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면서 “첫 연애를 경험하는 나이가 점차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인간 관계에 관심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이나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들과의 연애로 현실에서 부족한 욕망을 해소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최근 20∼29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싱글 여성 중 약 30%, 남성 약 15%는 게임 캐릭터나 연예인과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에서 ‘가상 연애 사업’이 매우 발전하고 있는 것은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젊은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모에’(萌え)는 일본어로 ‘싹트다’는 뜻이지만 만화나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의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나 호감을 말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6∼7년 전부터 일본의 호텔 등에서는 이처럼 가상 인물과 함께 투숙하는 손님들을 위한 콘솔 기기 대여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일본의 출산율은 2.2%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영국과 비교하면 절반정도다. 일본 젊은이들이 가상 연애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결혼 이후에도 출산, 육아, 양육 등을 기피하는 경향을 가속화한다고 야마다 교수는 지적했다.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을 때 이런 경향은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의 사회학자 애드리언 파벨 리즈대 교수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단순히 독특하거나 특이해서 이런 경향이 생겨났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이건 경제 등 주어진 환경의 변화로 일어나는 사회 현상의 하나”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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