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은 민선 6기 들어 이들 유적지를 중심으로 관광자원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최근 거세게 부는 힐링과 명상 트렌드에 종교의 영성이 더해지면서 이들 유적지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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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인 법성포에는 간다라 유물관과 탑원 등 종교 시설이 들어서 있다. |
영광 법성포 해안가에는 눈에 띄는 탑이 보인다. 인도 간다라 출신 마라난타 스님을 기념하는 탑이다. 칠산바다가 훤히 보이는 동산에 건립된 이 탑은 때론 등대 역할을 한다. 탑이 세워진 곳은 마라난타가 384년 첫발을 내디딘 백제불교의 최초 도래지다.
영광군은 1998년 동국대의 학술고증을 거쳐 법성포가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라난타는 당시 중국 상하이에서 배를 타고 법성포에 도착한 사실을 밝혀냈다. 마라난타는 법성포 인근 불갑산에 불갑사라는 사찰을 건립하고 본격적인 대중 포교에 나섰다. 백제 불교의 시작이 불갑사라는 작은 절에서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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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발상지인 전남 영광 백수읍 영산성지 노루목 대각터에서 순례객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
영산성지에는 대종사의 생가를 비롯해 기도터인 삼밭재 마당바위, 입정에 든 선진포 입정터, 큰 깨달음을 얻은 노루목 대각터 등이 있다. 대종사의 탄생과 대각이 한 장소에서 이뤄진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다.
바다와 인접한 영광은 오래전부터 외래 문물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또 산세가 깊고 맑아 도와 수련 등을 하기에 좋아 일찍부터 종교 발상지로서 여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게 종교학자들의 분석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구한말 천주교와 기독교가 다른 지역보다 빨리 유입됐다. 천주교와 기독교가 초기에 정착되면서 박해와 순교의 수난을 당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천주교 영광신자들이 상당수 참수를 당했다. 배교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우집과 이화백, 오씨, 남조이, 이종집 등 신자 5명이 현재 영광성당 부근인 석장승에서 순교했다. 이들의 순교는 1827년 정해박해 당시 전남 곡성지역 신자들의 순교보다 26년이나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관내 첫 순교자들이다.
염산 설도항은 1950년 9월 6·25전쟁 당시 기독교 신자들이 목에 돌이 달린 채 수장된 곳이다.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막힌 북한군은 야월교회 교인 65명과 염산교회 신자 77명을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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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최초의 천주교 신자의 순교를 기념해 영광성당에 세운 천주교 순교기념관. |
원불교 영산성지 노루목 대각터에는 항상 순례객이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온 순례객 10여명이 대각터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순례객 김성모(58)씨는 “세상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순례길에 나섰다”며 “영성 회복과 마음 치유를 위해 1년에 두세 번은 영산성지를 순례한다”고 말했다. 영산성지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 코스로 제격이다. 국제마음훈련원이 지난 4월 국·도비 110억원과 군비·자부담 66억원 등 176억원을 들여 문을 열었다.
국제마음훈련원은 동시에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59개 객실과 식당, 명상센터인 선실, 마음쉼터, 강당, 회화실 등을 갖추고 있다. 편백나무와 황토로 꾸며진 객실은 자연 속에서 명상과 힐링하기에 적당하다. 종교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1인당 5만원에 1박(식사 포함)이 가능하다. 영산성지는 4개의 순례길과 명상길이 있다.
기독교 순교지는 종교테마 관광코스로 개발되고 있다. 영광군은 2014년부터 기독교 성지순례 코스의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수도권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팸투어를 가져왔다. 영광군은 지난 7월 기독교 순례길을 구성해 수도권 기독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본격적인 순례 상품 홍보에 나섰다. 기독성지순례 탐방 코스는 영광 숲쟁이공원을 출발해 백수해안도로∼야월교회∼염산교회∼칠산타워 등 일제 강점기 순교지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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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기독교 신자들이 목에 돌이 매달린 채 바다에 수장된 염산 설도항에는 순교기념탑이 건립됐다. |
천주교는 전남지역에서 최초의 순교지인 영광읍을 중심으로 사적지 지정 등 본격적인 성역화 사업에 나서고 있다. 영광군 영광성당 옆에는 조선시대 신유박해 당시 순교한 신자들을 추모하는 천주교 순교 기념관이 건립됐다. 온갖 탄압에도 숭고한 가톨릭 정신을 잃지 않았던 영광지역 천주교 순교자들을 위해 기념관이 세워진 것이다. 영광군은 영광 천주교 순교자 기념관 건립사업에 36억원을 투입했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는 종교테마 관광지로 자리를 잡았다. 영광군이 1998년 200억원을 들여 법성포 일대에 성역화 및 관광지 조성사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당시 간다라 양식의 건축 개념을 도입한 상징문을 비롯해 간다라 유물관, 탑원, 사면대불상, 부용루 등 관광목적의 종교시설을 갖췄다.
영광군은 또 법성면 진내리 일대에 문화체험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까지 사업비 37억원을 들여 탐방객들의 명상체험 등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장애인과 노약자 편익을 위해 탐방객 전용 승강기 설치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영광=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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