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어느 정도 물에 잠겨야 침수차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차량 내부로 물이 유입돼 카펫이 젖는 수준부터 침수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침수차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수리가 이뤄지더라도 운행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표적인 문제가 악취다. 차량이 침수되면 실내로 물이 유입되고, 내부에 습기가 차게 된다. 차량을 정비하더라도 이미 습기에 노출된 차량은 악취를 유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부식도 차량 침수로 발생되는 문제점 중 하나다. 단적으로 철판이 부식돼 용접면이 떨어져 나가면 차량 주행 중 소음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안전문제로 연결될 소지도 있다. 또 요즘 차량은 전장화 비율이 높아 침수에 취약하다. 차량 하단부에 다수 커넥터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출고된 지 오래된 차량은 방수가 잘 되지 않아 물과 접촉하면 전자제어장치가 영향을 받아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침수의 수위가 높아 엔진이나 변속기가 물에 잠겼다면 해당 차량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판단이다. 엔진에 물이 들어가면 일반적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점화플러그가 작동해 시동이 걸리더라도 차량을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것은 어렵다.
침수로 변속기에 물이 유입돼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차량을 침수시키는 물은 대부분 흙탕물이어서 변속기에 흙탕물이 유입되면 건조되더라도 분진이 남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오일실이 손상돼 오일이 누유되는 현상이 생긴다.
침수차가 이슈가 되는 것은 차량 침수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전손 차량의 침수 여부는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 서비스(www.carhistory.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정비 시 보험처리를 하지 않은 차량은 침수이력 확인이 불가능하고 체험과 육안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차량 서비스 전문가들은 흙탕물 자국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일반적인 방법은 시트매트를 걷어내거나 안전벨트를 끝까지 잡아당겨 침수 흔적을 살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도어트림 하단부를 확인하는 방법도 유용하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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