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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지훈 “드라마 ‘궁’ 때부터 연기가 재밌었다”

입력 : 2016-10-10 15:54:18 수정 : 2016-10-10 16: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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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중인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에는 경찰에서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수하가 되는 ‘문선모’(주지훈 분)란 인물이 등장한다. 선모는 형처럼 따르던 선배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의 권유로 성배 밑으로 들어가지만, 곧 권력과 돈의 맛을 알고는 도경과 대립하게 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영화를 이미 본 관객들은 작품 안에서 주지훈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을지 모른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이 든다. 충무로에서 더 바쁜 배우가 될 것 같다.

스크린 위에서 주지훈은 늘 진화하고 있다. 일(연기)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듯했다. 주조연 가리지도 않는다. 서른다섯 살에 막내가 된 이번 현장에서도 그는 난다 긴다 하는 형들 사이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신나게 놀았다. 인터뷰에서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정말 악인들이 판치는 영화 ‘아수라’ 잘 봤다. 작정하고 만든 영화라지만 폭력, 욕설이 많아 마냥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어떤 부분에 공감하고 출연을 결심했나.

▲ 누구나 상대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가고 있잖아요. ‘아수라’ 속 인물들처럼 극단적이진 않아도, 그게 꼭 나쁜 짓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사는 기준이 다르고 이데올로기가 다르죠. 나의 선의가 꼭 타인에게도 선의가 될 수 없는 것처럼요.

-출연 계기와 ‘문선모’란 캐릭터가 궁금하다.

▲ 마치 태풍에 휘말리는 듯한 캐릭터예요. 처음엔 형처럼 따르는 도경 때문에 성배 수하로 들어가게 되지만, 나중엔 도경과 대립하고 경쟁하게 되죠. 하지만 도경을 끝까지 총으로 쏘진 못해요.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열전’ 같은 느낌을 받아서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스토리보단 캐릭터 위주의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죠.

-선모 말고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 박성배 아니면 김차인(곽도원 분)이요. 둘 다 캐릭터가 엄청 세요. 끝까지 가는 캐릭터죠. 주인공인 도경은 연기하기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옆에서 정우성 선배님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지켜봐서 그런지 별로 도전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 2016)


-영화 말미 장례식장 시퀀스를 보며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몰고 가는 시나리오가 있다니 무서울 지경이었다.

▲ 하하. 전 무섭다기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만 들던 걸요.

-토론토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열기가 뜨거웠다고 들었다.

▲ 별이 다섯 개 나왔어요.(웃음) 토론토에서 완성작을 처음 봤는데 너무 신났어요. 아는 게 더 무섭다고 찍은 사람 입장에서 영화가 어떻게 나왔을까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영화제라 그런지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죠. 반응이 실시간으로 터져 나왔어요. 조금이라도 웃기면 박수치며 웃고, 무서운 장면 나오면 막 소리 지르고. 그런 관객반응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더라고요.

-현장에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 같다.

▲ 제 나이 서른다섯인데 현장에서 막내라니. 너무 철없게 굴었나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든든한 형들이 있어서 좋았죠.

-다른 영화에선 주연만 하다가 이번엔 멀티캐스팅이라 그런지 비중이 많이 줄었다.

▲ 멀티캐스팅 영화가 각광 받고 있어서 제 입장에서는 좋아요. 예전 같으면 주연 맡던 배우가 조연으로 물러나면 ‘한물 갔네’ ‘끈 떨어졌네’ 했는데 이제는 굳이 주연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좋다는 거죠. 캐릭터도 풍성해지고, 작품 선택 범위도 훨씬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관객들도 오픈 마인드로 배우들을 바라봐 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가을 최고 기대작인데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농담) 에이, 제가 왜 부담을 가져요. ‘연기의 신들’ 형들이 있는데. 하하.  

-극 중 선모의 패션 센스나 스타일도 눈길을 끌더라.

▲ 극 초반부 앞머리를 짧게 자른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좋아하셨어요. 입고 나온 청재킷도 제 개인 소장품이에요. 속초 여행 갔을 때 빈티지숍에서 산 거죠.



-선모는 극 초반과 중반 느낌이 전혀 다른 캐릭터다. 그런 변화를 표현하는 데 고충은 없었나.

▲ 아마 선모를 보고 ‘뭐 저런 경찰이 있어, 정의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잖아’라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을 거예요. 선모가 경찰이었으니까 실제 경찰 재직 중인 분들을 만나 보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선모가 형사를 흉내 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취소했죠. 어차피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선모는 자의였든, 타의였든 태풍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인물이에요. 외부 스트레스나 경쟁의식에 약하고 박성배에게 잘 보여야 하는 이유도 확실하죠.

-여성보다는 남성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바가 더 큰 영화라고들 한다.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욕설이 나와 불쾌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 아, 그 대사는 여성 비하가 아니라 ‘남성성에 대한 조롱’이라고 생각해요. 폭력적인 수컷의 느낌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죠.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남녀 성대결 구도로 비쳐지지는 않길 바라요. 이제는 남녀가 화해 좀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김성수 감독과 작업해보니 어땠나.

▲ 정확한 계획을 세워서 치밀하게 연출하셨어요. (황)정민이 형이 김성수 감독님 하시는 걸 후배 감독들이 배워야 한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죠. 엔딩인 장례식장 시퀀스에서는 한 신, 한 신 공을 들이지 않은 장면이 없었어요. 리허설만 몇 시간씩 했다니까요.

-영화를 보며 ‘주지훈이란 배우가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전 연기가 원래부터 재미있었어요. ‘궁’ 때부터요.(웃음) 관객들이 이제야 알아봐 주시는 거죠.  

-앞으론 더 따뜻한 영화에서도 만나고 싶다. 멜로도 좋을 것 같다.

▲ 저도 안타까운 게 제작되는 영화 중에 멜로 장르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센 영화’를 먼저 선택해 주시는 게 현실이니까 어쩔 수 없죠. 앞으로 따뜻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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