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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생인류 이전 다양한 종의 진화를 보여주는 그래픽. |
‘인류 이동설‘(Human Migration)이 있습니다. 인류는 약 13만∼20만년 전 아프리카 초원에 발원해 수만년에 걸쳐 중동, 유라시아, 호주, 미주 대륙으로 이주해 나갔다는 일종의 ‘아프리카 기원설‘입니다. 그런데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요즘 지구촌 사람들의 직접적인 뿌리는 약 350년 전 루시(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닌 최대 20만년 전 비슷한 지역에서 태동한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인간 종이라는 사실입니다. 또 호모 사피엔스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전 지구 곳곳에는 현생인류는 아니지만 비슷한 루시 후손으로 분류되는 네안데르탈인(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과 플로렌스인(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이 유라시아 대륙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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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종의 분화 계보. 그래픽=BBC |
오늘날 현생인류는 이들 선주민들과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은 유일한 인간 종입니다. 다른 종보다 뇌가 훨씬 컸고 언어 등 인지능력이 발달해 각종 무기와 병력 동원에 앞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모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밀린 네안데르탈인은 2만∼4만년 전에, 플로렌스인은 약 1만3000년 전에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됩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멸종시킨 것(교체이론)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호모 사피엔스와 일부 네안데르탈인이 성관계를 통해 하나의 집단을 이뤘다는 가설(교배이론)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과연 수십만년 전 용케 살아남아 오늘날 지구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류에겐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 인류 이동’은 12만5000년 전 시작
과학자들 사이에서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중동, 유라시아, 미주로 이동했다는 점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 보입니다. 유골 화석 등 고고학적 증거와 대륙이동설 등 지질학적인 정황, 요즘 뜨는 분야인 유전자(DNA) 분석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생인류가 언제, 무슨 이유로 대이동을 시작했는지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갈립니다.
다음 그래픽은 미국 과학전문매체 ‘뉴 사이언티스트’가 그간의 연구성과를 종합해 2007년 작성한 ‘현생인류의 대이동’ 지도입니다. 약 8만년 전 아프리카 동부에 집중 거주하던 호모 사피엔스가 약 6만5000년 전 아라비아반도 등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뒤 6만년 전쯤 이란과 인도 등에, 5만년 전엔 동남아시아와 남중국, 호주 대륙까지 진출했네요.
그런데 다음 영상을 보면 이같은 주류 이론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현생인류의 탈아프리카가 12만5000년 즈음부터 시작됐고 호모 사피엔스가 아시아에 첫 발을 내디딘 시기는 8∼9만년 전이며 빙하기로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넌 때는 기존 1만5000년보다 약 1000년 늦은 1만4000년 전이라는 내용입니다.
미국 하와이대학 연구팀이 ‘기후변화 모델‘을 적용해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9월21일자)에 발표한 연구결과입니다. 기후변화 모델은 지구의 기온과 해수면 수위, 강수량, 습도 등의 데이터를 입력해 당시 식량자원이 얼마만큼 있었는지를 파악해 2만년 단위로 지구 곳곳에 어느 정도의 사람이 살았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연구방식이라고 합니다.
◆ 인류 탈아프리카는 기후변화 때문
연구팀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크게 다섯 차례에 걸쳐 대이동을 감행했습니다. 현생인류가 발원한 동아프리카 지역은 당시 거대한 녹지축(green corridor)이 펼쳐져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뭔가 모를 이유로 지구 자전축이 두 차례 뒤틀리는 바람에 극심한 가뭄과 추위가 지구를 덮쳤습니다. 당연히 현생인류를 비롯한 동물들은 다른 더 살만한 곳으로의 이주를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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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8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분포 현황. 자료=미국 하와이대학 연구팀 |
첫 번째 대이동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던 12만5000년 전이었습니다. 아프리카 내 인근 지역으로 이동했던 인류는 10만년 전쯤엔 아라비아반도와 레반트(중동) 지역까지 진출합니다. 가뭄기·빙하기 해당 지역에 갇혀 있는 인류는 바다 사이 수풀이 우거지는 우기와 날씨가 다소 풀렸던 해빙기를 틈 타 ‘희망의 땅’을 향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특히 인류가 남부 유럽과 인도, 남중국에 이주한 시기를 8만∼9만년 전으로 추정했습니다. 기존 현생인류의 아시아 도착 시기는 6만년 전, 유럽 진출은 4만년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대는 중국 남부 후난성에서 약 8만년 전 현생 인류 치아를 발굴합니다. 이 발굴결과 또한 ‘네이처’(앞서 얘기한 과학저널입니다)에 발표된 연구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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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모든 조상은 약 20만년 전 아프리카 초원 지대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
현생인류가 남중국에 도착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6만년 전으로 믿고 있었던 과학계로선 이보다 2만년 앞선 호모 사피엔스 유골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일 수밖에 없었지요. 하와이대 연구팀의 새로운 가설은 지구의 급격한 사막 비율 변화와 수온 상승, 빙하이동 시점과 맞물려 더욱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 유전자 변이는 있지만 모두 한뿌리
인류 진화 과정에 관한 새로운 연구는 하와이대학 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인류 대이동 시점은 2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합니다. 데이비드 라이히 하버드대학 교수팀은 에스토니아 타르투에 있는 ‘에스토니아바이오센터’ 연구진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팀과 공동으로 전 세계 270개 지역에 퍼져 있는 787명의 DNA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DNA는 20만년 전 인류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또 "인류는 도구 사용이 기술이라고 말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예술과 매장 풍습과 같은 문화 행위가 촉발되기 시작한 5만∼8만년 전쯤 DNA 변이가 시작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교배이론의 주된 근거인 현생인류 유전자의 1∼4%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연구팀은 오늘날 거의 모든 인류는 아프리카 이주민인 것으로 결론 지었습니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애보리지니 등 남태평양 거주민 중 일부는 다른 지역 사람의 DNA와는 약 2% 정도 다른 유전자가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들 유전자 또한 네안데르탈인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 즉 초기 탈아프리카 이주민들의 것으로 사료된다"며 "결국 현재 지구상의 모든 인류는 한 뿌리에서 분화된 게 확실하다"고 자신했습니다. 일부의 DNA가 다른 것은 뿌리가 달라서가 아니라 당뇨병과 같은 질병에 따른 변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 연구진의 주장입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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