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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폭격 VS 협상…북핵 제거 대책,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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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0 13:22:36 수정 : 2016-09-10 17: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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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5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10kt에 달하는 위력을 낸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동이나 스커드-ER, 무수단 등 준중거리 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될 경우 일본과 괌 등이 북한 핵 공격 위협권에 들어가게 된다. 동아시아의 정치, 군사적 역학관계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셈이다.

북한의 핵개발을 국제사회가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핵실험이 실시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제재조치가 시행됐고, 한반도 주변국들이 모여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유럽연합(EU) 등도 사찰이나 양자대화 등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려 했다.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인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원형 핵탄두 추정 모형’(붉은 원)을 보며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는 모습으로, 노동신문이 지난 3월9일 보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는 못했다. 초고강도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1년에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하는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군사적 개입, 체제 전복, 협상 등 다양한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주변 여건을 고려하면 실효성은 미지수다.

◆ “북한 핵시설을 정밀 폭격하자”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북한 핵시설을 정밀 폭격해 핵능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지난 6월 미국의 민간 군사정보회사인 스트랫포(STRATFOR)는 ‘무력을 통한 핵 프로그램 대응(Dealing a Nuclear Program by Force)’이라는 제목의 북한 핵 정밀타격 보고서를 발간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을 실전배치하면 군사적 옵션은 검토조차 불가능하다”는 이 보고서는 북한 핵능력 제거에 필요한 작전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F-22 스텔스 전투기. 공군
최우선 공습 목표는 5MWe 원자로가 있는 영변 핵시설이다. 우라늄 광산과 노동, 무수단, KN-14 등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전력, SLBM 탑재 신포급 잠수함이 있는 신포항, IL-28 경폭격기 기지 등 핵 투발수단도 제거 대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오하이오급 순항미사일탑재 잠수함과 7함대 소속 구축함 등이 참여해 정밀유도폭탄과 순항미사일 600기를 동시에 발사한다.

스트랫포의 보고서는 북한 핵능력 제거를 위한 군사작전 중 현실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를 탐지해 공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지난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을 때처럼 고속도로 터널에 숨어있다가 기습 발사를 감행하면 탐지하기 어렵다. 북한은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한 미사일 기지에서 100㎞ 이상 벗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사례도 있어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정보수집능력으로도 이동식미사일발사대를 모두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B-2 폭격기. 미 공군
일각에서는 1981년 이스라엘이 단행한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폭격이나 2007년 시리아 원자로 공습 등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시리아는 단일 표적만 공습하면 핵능력을 사실상 마비시킬 수 있어 공습 결심이 훨씬 쉬웠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이외의 제3의 장소에서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물질을 추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영변 핵시설을 공습해도 북한의 핵능력이 100% 제거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로 반격을 감행할 위험도 있다.

◆ “이란처럼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


시험발사되는 무수단 미사일. 노동신문
북한과 대화, 협상을 벌여 핵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도 다시 제기된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이란 핵협상 타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최종 협상에서 이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가해졌던 각종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했다.

합의에 따라 핵무기 개발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접근하게 됐다. 원심분리기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핵 기술 연구 개발은 나탄즈 시설로 한정했고, 농축 우라늄 농도는 3.67% 이하(저농축 우라늄), 규모는 300kg 이하로 제한했다. 이란이 공개하지 않았던 포르도 농축 시설에서의 핵물질 저장은 금지됐다.

대신 이란은 경제, 금융제재의 순차적인 해제를 약속받았다. 이에 따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기업들이 이란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란의 국제사회 지위도 높아졌고 경제도 회생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의 갈등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2002년 8월 이란 반정부 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NCRI)가 “이란 정부가 핵무기 개발 등 군사적 목적으로 나탄즈에서 실험용 및 상업용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2003년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 활동 보고 의무 불이행을 지적하면서 핵 문제를 둘러싼 이란과 국제 사회의 갈등이 시작됐고, 서방과 이란 간의 핵협상이 전개됐으나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란 핵협상 타결 직후 북한에도 이같은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란은 핵실험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반면 북한은 5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했다. 국제사회의 신뢰 역시 이란보다 북한이 훨씬 낮다. 서방측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협상도 폭격도 할 수 없다면 뭘 해야 할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우리측 경비병 뒤로 북한측 경비병이 건물 내부를 촬영하고 있다.
결국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완벽한 방법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셈이다. 군사적 개입은 한반도를 전면전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고, 그나마도 북한 핵능력을 100% 제거한다는 보장도 없다. 협상 역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불신,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핵군축 협상을 한다’는 북한의 비현실적인 전략에 실효성을 잃는다.

남은 방법은 시간벌기 뿐이다. 시간벌기 전략은 이스라엘에서 효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는 미 CIA, 영국 MI6와 함께 2000년대 이란에서 핵과학자 암살, 관련 시설 파괴, 불량 부품 밀수출 등 공작 활동을 통해 이란 핵능력 완성을 방해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개발했다고 의심되는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은 2010년 이란의 나탄즈 원심분리기 시설과 부세르 원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북한은 외부와의 인터넷 연결이 철저히 차단되어 있어 스턱스넷과 같은 방법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북한 역시 이란의 사례를 참고해 강력한 사이버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 설령 북한 인터넷망에 침투해도 핵시설 서버에 접근하기는 어렵다. 암살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고, 반세기 넘게 지속된 독재체제로 반정부 세력은 그 규모가 미미하다.

협상을 통해 시간을 버는 것 역시 무의미하다. 북한은 올해 미국 대선과 내년 한국 대선으로 한미 양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북한은 협상을 핵능력 고도화에 필요한 시간 확보 수단을 활용하면서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제재와 압박도, 군사적 개입도, 협상도, 비밀공작도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을 수 없다면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다. 북한이 핵탄두와 ICBM을 선보이며 핵보유국임을 주창하면, 국제사회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무력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핵보유국을 향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폭주를 막을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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