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언어사용은 어법과 맞춤법을 따르려고 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물론 불변의 규칙은 없다. 언중이 쓰는 언어가 세력을 얻으면 언제든지 국어사전에 오르고, 맞춤법으로 정착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언중은 가급적 규칙에 맞게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더군다나 공적인 영역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공공기관의 언어 선택이 언중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자칫 잘못된 길로 안내할 수도 있다. 가장 불만인 단어가 ‘도우미’이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널리 쓰이게 된 단어다. 도움을 주는 사람을 뜻한다면 ‘도움이’가 올바른 표기다. 어간 ‘돕-’에 명사 파생 접사 ‘-음’과 ‘이’가 붙은 복합어이다. 하지만 ‘도우미’도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도움을 주는 우리나라의 미인’, ‘관람객을 도와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뜻의 머리글자만 따서 만든 준말로 보고 사전에 올렸다. ‘도움이’와 별도 단어인 것이다. ‘도우미’ 등장으로 유사 형태 단어가 숱하게 만들어졌다. ‘지키미’, ‘알리미’, ‘깔끄미’, ‘이끄미’……. 이러다간 아이들이 ‘먼지떨이’를 ‘먼지떠리’로, ‘손잡이’를 ‘손자비’로 쓰지 않을까 걱정이다.
엊그저께 정부가 어법에 맞지 않은 술병 음주경고문을 내놓았다가 호된 질책에 수정에 나섰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 청소년 음주는 성장과 뇌 발달을 저해합니다’라는 문구가 문제였다. ‘임신 중 음주는’에 호응하는 ‘일으킵니다’는 서술어가 생략되다 보니 ‘저해한다’와 연결되어 엉뚱한 뜻이 돼 버렸다. 글자 수에 제약이 있어 의미만 전달하면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외계어가 난무하는 방송 자막 문제도 심각하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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