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고 보니 이번주는 '청춘시대'가 없는 주말이네요. 한 주가 금방 흘렀어요."
배우 박은빈이 드라마 '청춘시대' 종영 후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진한 여운을 전했다. 단아한 이전 이미지를 내려놓고 180도 상반된 캐릭터로 12부작을 달려온 소감을 전하는 내내 기분 좋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늘 갈증이 있었어요. 기존 보여준 모습이 아닌 제 안에 있는 다면성을 시청자에게 보여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죠. 앞으로도 꾸준히 다른 캐릭터를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한 작품이었어요."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는 셰어하우스에 모여 사는 5인5색 여대생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의 현실을 공감있게 풀어낸 드라마로 호평받았다. 박은빈은 극중 연애 이론에만 밝은 모태 솔로 여대생 송지원 역으로 호평을 얻었다. 음담패설을 즐기는, 거침 없는 입담이 남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은 단단히 사로잡았다.

"송지원 캐릭터는 저한테도 파격적인 도전이었어요. 도전에 앞서 제가 시도한 변화를 사람들이 어색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캐릭터에 녹아들고, 극 몰입에 방해되지 않길 바랐고, 그걸 잘 해내는 게 제 몫이었어요. 시청자들이 저를 송지원으로 온전히 봐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송지원의 임팩트 있는 모습에 '여자 신동엽'이라고 불러주신 것 같은데 신동엽님께는 죄송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캐릭터 자체가 음주가무와 음담패설을 즐기는 이미지인데 실제 성격과 반대되는 면이 많아 저와 캐릭터를 분화시키려고 했어요. 저를 송지원에 흡수시키기보다 녹여낼 수 있는 건 녹여내되 다른 객체라 생각하고 집중하려고 했죠. 19금 대사를 준비하면서 나쁜 이야기가 아닌데 왜 그렇게 부끄러웠나 몰라요. 그만큼 이런 대사에 노출돼 있지 않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박은빈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걸 인정하고, 저를 확실히 접어두고 송지원한테는 당연한거니 부담 느끼지 말자고 주문을 걸었어요"
1998년 드라마 '백야 3.98'로 데뷔한 박은빈은 '태양사신기' '선덕여왕' 등에서 단정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박은빈은 "평소 조용한 편이다. 말 많고 나대는 송지원과 반대다"라고 실제 성격을 들려줬다. 누군가의 눈치보지 않고 속말을 내뱉는 캐릭터는 박은빈 인생에도 공부가 됐다.
"송지원의 할 말은 하는 성격을 조금은 배운 것 같아요. 컴플레인도 못 걸고, 치이는 성격이거든요. 주위 분들이 유은재(박혜수 분)가 아닌 송지원 역을 맡은 걸 보고 의외라는 말씀을 많이 하더라고요. 송지원이 유머러스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분위기잖아요.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어요."
송지원과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모태솔로라는 점은 같다. 박은빈은 "모태솔로라는 걸 알면 앞으로 그것만 궁금해할 것 같다"며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솔로는 나쁜 게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잖아요. 세상에는 연애 못해본 분들도 많은데 '모태솔로'라는 단어로 인해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고, 부끄럽게 낙인찍는 것 같아요. 그동안 마음이 바빠 연애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런데 연애 경험 없다는 제 말을 잘 안 믿으시더라고요.(웃음)"
송지원은 번번히 남자한테 차이고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는 캐릭터다. 박은빈은 "남자와의 연애를 부르짖다가 소개팅에서 차여도 화장실에만 갔다오면 회복되는 걸 보면 송지원이 원하는 남자상은 송지원의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해주는 남자가 아닐까. 송지원 자신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 자체가 자존감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리고 변신의 계기가 돼준 송지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송지원은 선두에 서서 인물간 유대, 소통 창구가 되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하나도 하나도 하지 않아요. 자신을 꽁꽁 숨기고 남의 사연을 파헤치려고 해요. 자신의 비밀을 숨긴다는 것이 미스테리하면서 양면적으로 느껴졌죠. 속사정이 궁금하고 상상의 여지가 많이 남는 인물이라 매력적이었어요."
박은빈은 '청춘시대'를 통해 아역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작 박은빈은 "아역 이미지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아역 박은빈'이 아닌 새로운 얼굴로서 시청자에 비쳐진 것만으로도 '청춘시대'는 의미있는 작품이다.
"아역 꼬리표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5살 때부터 작품을 쉼 없이 했지만 머리 스타일이나 작품에 따라 항상 새로운 얼굴로 봐주시더고요. 크게 아역 이미지가 각인되진 않았구나 생각했죠. 그래서 많은 분이 걱정해 주시는 과도기적 슬럼프는 없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어요. 늘 새로운 얼굴이면 성인 역을 해도 새롭게 나타날 수 있을 테니까요. 아역 부담감 때문에 과한 역할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하진 않았어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도 '박은빈이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비밀의 문' 혜경궁 홍씨가 '청춘시대' 송지원 역할도 할 수 있구나 봐주신 것처럼요. 이 역할 뿐 아니라 다른 새로운 캐릭터도 계속해 도전할텐데 어색함 없이 잘 물들면 좋겠어요."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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