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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중2병’보다 무서운 ‘초4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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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18 21:57:27 수정 : 2016-08-19 0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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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질풍노도는 18세기 독일에서 전통적 인습에 맞서 일어난 혁명적 문학운동인데,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홀이 혼란스럽고 격정적인 청소년기 특성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질풍노도의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무렵에 사춘기 자아 형성 과정에서 오는 혼란이나 불만으로 반항과 일탈 행위를 하는 것을 ‘중2병’이라고 한다. 사춘기의 절정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지금 대학에 다니는 두 딸이 그 시절엔 사소한 일탈에도 “질풍노도의 시기니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지금은 ‘초4병’이 더 무섭다고 한다. 교육부가 올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432만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학생 3만8700명 중 68%인 2만6400명이 초등학생이었다. 초등학생 중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률은 6학년(0.9%), 5학년(1.6%)보다 4학년(3.9%)이 훨씬 높았다.

신체 발육이 빨라져 초등학교 때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 많아진 데다가 스마트폰으로 성적·폭력적 콘텐츠를 쉽게 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공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것도 원인일 것이다. 교육 일선에서는 수학 과목에 대한 자신감과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라고 한다. “4학년이 평생 성적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학부모들은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다그치면서 학원을 알아본다고 난리 피우는 시기다.

부모와 자녀 간 대화로 풀어나갈 여지가 많다. 부모는 아이가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내는지 모른다. 아이는 부모와 대화를 원하는데 부모는 ‘지금 아이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는 산문집에서 어린 딸에게서 대화하는 방법을 배운 일화를 소개한다. “그럼 대화는 어떻게 하는 건데?” “엄마가 친구 만나면 하는 거. 엄마는 우리한테 하는 모든 얘기에 교훈을 담으려고 하잖아. 대화는 그냥 얘기하는 거야.” 아이들은 격의 없는 소통을 원한다. 자녀와 얼마나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는지 돌아볼 때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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