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경기를 펼친 넥센과 NC 선수단은 여유가 넘쳤다. 바로 한여름에도 실내 온도 25~28도를 유지하는 고척스카이돔의 냉방시설 덕분이다. 선수들은 차례로 구장에서 훈련을 하며 몸을 풀었다. NC 김경문 감독은 “여름에 시원하게 선수가 훈련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넥센이 올해 돔구장 효과를 엄청나게 본다”고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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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홈구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의 전경. 이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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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척 스카이돔 3루쪽 1층 내야석 위쪽에 위치한 수십개의 공기 출구(디퓨저)들이 공기조화기를 통해 나온 9∼11도의 냉기를 관중석에 전달한다. 관중석은 이 덕분에 실내 온도 25∼28도를 유지해 쾌적한 관람 공간이 된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제공 |
관중석에선 공기 조화기에서 나오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마치 에어컨을 틀어 놓은 방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0일 자녀와 함께 고척돔을 찾은 회사원 방민지(35·여)씨는 “무더운 날씨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고척돔이 생각보다 시원해서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만, 2층 관중석은 1층보다 다소 더웠다. 차가운 공기가 무거워 아래로 내려오는 탓에 고층일수록 냉기가 쉽게 가시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고척돔의 1층 관중석은 꽉 들어찼지만, 2층에 자리를 잡은 관중은 많이 적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 선수들은 여전히 더위와 싸우며 경기를 치른다. 공기 조화기가 관중석 쪽에 몰려있는 탓에 냉기가 그라운드까지 뻗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누비는 그라운드는 온도 변화가 크지 않아 타 구장과 체감 온도가 비슷하다. 넥센 포수 박동원은 땀으로 젖은 포수 마스크를 벗고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드러냈다. 박동원은 “경기 전 연습 때는 햇볕을 피할 수 있어 체력 비축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경기에 돌입하면 타 구장과 온도 차이가 크지 않다”며 “오히려 타 구장에서 불어오는 바깥바람이 더 시원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넥센 내야수 윤석민은 “경기를 준비할 때 비교적 시원해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경기 후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연신 땀을 닦아냈다. 철저한 관중 중심의 냉방시설에 정작 선수들은 외면 받는 셈이지만, 그들에게 승리보다 시원한 것은 없는 듯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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