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피서지 같은 고척돔… 야구 볼맛 나네

입력 : 2016-07-12 21:59:54 수정 : 2016-07-12 22:29:10

인쇄 메일 url 공유 - +

폭염속 실내온도 25∼28도 유지… 관중 증가 효과 톡톡 지난 10일 서울지방의 낮 최고기온은 33.1도를 기록해 올해 두 번째로 높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쏟아지는 불볕더위에도 야구경기는 계속됐다, 이날 잠실구장에서 KIA와 맞대결을 펼친 두산 선수들은 더위를 피해 실내 훈련장에서 자율 훈련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날씨가 워낙 더워 경기 전부터 지칠 우려가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반면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경기를 펼친 넥센과 NC 선수단은 여유가 넘쳤다. 바로 한여름에도 실내 온도 25~28도를 유지하는 고척스카이돔의 냉방시설 덕분이다. 선수들은 차례로 구장에서 훈련을 하며 몸을 풀었다. NC 김경문 감독은 “여름에 시원하게 선수가 훈련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넥센이 올해 돔구장 효과를 엄청나게 본다”고 부러워했다.

프로야구 넥센 홈구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의 전경.
이제원 기자
연면적 8만3476㎡(2만5295평)의 고척돔이 ‘폭염 속 냉장고’로 변신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고척돔 운영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는데, 대형 냉온수기 3대가 만들어낸 9~11도의 냉기를 관중석 뒤쪽에 위치한 총 14개(내야 10개, 외야 4개)의 공기 조화기가 내뿜는다. 이어 냉기는 수십개의 디퓨저를 통해 관중석으로 전달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고척돔 실내 온도 1도를 낮추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냉온수기 예열을 마치고 2시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냉방시설을 가동하는 덕분에 경기가 시작할 즈음이면 고척돔은 어느 구장보다 시원한 피서지가 된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루 6시간 냉방하는데 10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서울 고척 스카이돔 3루쪽 1층 내야석 위쪽에 위치한 수십개의 공기 출구(디퓨저)들이 공기조화기를 통해 나온 9∼11도의 냉기를 관중석에 전달한다. 관중석은 이 덕분에 실내 온도 25∼28도를 유지해 쾌적한 관람 공간이 된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제공
고척돔은 냉방시설 덕분에 관중 증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넥센은 7월에 고척돔에서 6경기를 치렀는데, 총 7만6030명의 관중이 방문해 하루평균 관중 1만2671명을 기록했다. 이는 고척돔 개장 이후 가장 많은 월별 관중수다. 고척돔의 4~6월 평균관중수는 1만 383명 이다.

관중석에선 공기 조화기에서 나오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마치 에어컨을 틀어 놓은 방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0일 자녀와 함께 고척돔을 찾은 회사원 방민지(35·여)씨는 “무더운 날씨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고척돔이 생각보다 시원해서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만, 2층 관중석은 1층보다 다소 더웠다. 차가운 공기가 무거워 아래로 내려오는 탓에 고층일수록 냉기가 쉽게 가시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고척돔의 1층 관중석은 꽉 들어찼지만, 2층에 자리를 잡은 관중은 많이 적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 선수들은 여전히 더위와 싸우며 경기를 치른다. 공기 조화기가 관중석 쪽에 몰려있는 탓에 냉기가 그라운드까지 뻗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누비는 그라운드는 온도 변화가 크지 않아 타 구장과 체감 온도가 비슷하다. 넥센 포수 박동원은 땀으로 젖은 포수 마스크를 벗고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드러냈다. 박동원은 “경기 전 연습 때는 햇볕을 피할 수 있어 체력 비축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경기에 돌입하면 타 구장과 온도 차이가 크지 않다”며 “오히려 타 구장에서 불어오는 바깥바람이 더 시원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넥센 내야수 윤석민은 “경기를 준비할 때 비교적 시원해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경기 후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연신 땀을 닦아냈다. 철저한 관중 중심의 냉방시설에 정작 선수들은 외면 받는 셈이지만, 그들에게 승리보다 시원한 것은 없는 듯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조이 '사랑스러운 볼콕'
  • 조이 '사랑스러운 볼콕'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