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성운동 무모해 보이는 건 남성 중심 사회이기 때문"

입력 : 2016-07-12 13:27:50 수정 : 2016-07-12 13:27:50

인쇄 메일 url 공유 - +

건국대 윤지영 교수 "여성들 감정은 남성혐오 아닌 남성공포"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여성 운동이 다소 무모해 보여서 사회적 공감도가 떨어지는 것은 남성 중심 사고방식이 깊이 뿌리내린 우리 사회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오후 6시부터 서울 광진구 교내 경영관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강연을 펼친다.

윤 교수는 강연에 앞서 연합뉴스 통화에서 "강남 살인사건으로 인해 남녀 사이에 '여성혐오' 찬반 논쟁이 붙은 이유는 우리 사회가 '혐오', '분노', '공포' 개념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혐오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감정이다. 강자는 지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약자·소수자가 서로 연대하지 못하도록 그들에 대한 혐오 감정을 퍼뜨린다.

식자층은 '민중은 미개하다'는 식으로, 남성은 '여성은 모름지기 어떠해야 한다'는 식으로 상하로 나뉜 지배 구조를 공고히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상식·관습·관례라는 이름으로 사회 전체에 녹아든다.

윤 교수는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과 같은 특정 계기로 인해 약자·소수자가 '분노'의 감정을 터뜨린다고 짚었다.

분노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감정이다. 그러나 이미 강자·기득권층이 지배 논리를 사회 전체에 뿌리 깊이 심어놓았기 때문에 약자·소수자의 분노는 다소 어설퍼 보이고 무모해 보인다고 윤 교수는 주장했다.

윤 교수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여성혐오를 그만 두라'고 하자 '우리는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당신들이 하는 게 오히려 남성혐오'라고 주장했지만 여성이 느끼는 감정은 남성혐오가 아니라 남성공포"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낙인이 찍힌 소수자 집단일수록 사회 구조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느끼면서 공포와 죄책감을 품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경우 성범죄를 당한 여성이 '내가 치마를 입어서, 술을 마셔서'라고 자책하고, 또 범죄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에 바지를 입고 밤늦게 다니지 않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같은 행동도 남녀는 차별을 당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남성들은 여성이 백화점에서 소비할 때 '된장녀로 불리진 않을까' 두렵고, 운전할 때 '김여사라고 욕먹진 않을까' 두렵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지하철 임산부배려석에 앉은 남성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가 수사 대상이 된 '오메가패치'의 경우 물론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반대로 젊은 여성이 노약자석에 앉을 경우 그 여성은 현장에서 욕설 등으로 즉각 처단을 당한다는 사실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화의 방식이 강남 살인사건 이전과는 분명 달라졌다"면서 "남성들도 군 문제 등에서 크게 분노하고 연대하는데, 남녀 각자가 서로의 분노에 대해 재평가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조이현 '인형 미모 뽐내'
  • 키키 지유 '매력적인 손하트'
  • 아이브 레이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