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리뷰] 드론 전쟁의 실상…아이 인더 스카이

입력 : 2016-07-11 07:31:42 수정 : 2016-07-11 07:31:42

인쇄 메일 url 공유 - +

피가 튀고 몸이 짓뭉개지는 그 어떠한 살육전 보다도 전쟁(폭력)의 비정함과 냉정함을 단번에 체감케 하는 작품이다.

개빈 후드 감독의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드론 전쟁의 실상을 스크린 가득 풀어 놓는다. 우리에게 장난감으로 더욱 친근한 드론은 이제 취미용, 산업용 등 보편화되는 추세지만,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사용으로 개발한 이래 현재 1만 대 이상이 세계 곳곳에서 자국 군 보호와 정찰, 타겟 감시, 공격 등의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드론을 활용한 현대전의 비정함을 단번에 체감케 하는 영화다.

케냐에 은신중인 테러 조직 알샤바브의 우두머리들을 생포하기 위해 영국-미국-케냐 3 국은 드론을 이용한 합동작전을 펼친다. 영국 합동사령부의 작전지휘관 파월 대령(헬렌 미렌)은 알샤바브가 곧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생포작전을 사살작전으로 변경한다. 하지만 미국 공군기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던 드론조종사 와츠 중위(아론 폴)는 폭발 반경 안에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작전 보류를 요청한다. 드론 미사일 발사에 따른 부수적 피해와 책임을 두고 영국과 미국의 고위직 인사들이 논쟁을 벌이는 동안 테러의 순간이 임박해온다.

4명의 주요 캐릭터들은 각자 임무와 신념 차이로 상반된 입장을 취하면서 미묘한 균열을 겪는다. 대규모 피해를 막기 위해 작은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작전지휘관과 3 국 합동작전 사령관, 무고한 소녀의 희생을 저지하려는 조종사, 케냐 나이로비 작전 현장의 첩보원까지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는 영화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힘이 된다. 미사일 발사 여부와 책임을 두고 국가간, 개인간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고위층의 탁상공론 또한 보는 재미를 점층적 형태로 배가시켜 나간다. 

드론을 활용한 현대전을 실감나게 그린 스릴 넘치는 전개와 신무기 사용에 따른 딜레마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가 매력적이다.

공격용 드론 MQ-9 리퍼를 비롯해 조류형, 곤충형 등 소형 감시용까지 용도에 맞춰 고안된 여러가지 드론이 등장한다. 지상군을 투입해서 전쟁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첨단 무기는 재래식 무기에 비해 더더욱 감정이 없다. 용서도 모르고 어떠한 관용도 베풀지 않는다. 영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우리 머리 위에 조용히 떠 있는 상공의 감시자 드론에 대해 생각케 한다. 사실 우리는 전쟁 중에 드론이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카메라는 이 점을 응시한다.

6년 동안이나 추적해오던 테러 단체의 우두머리들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그들의 은신처 바깥 담장 앞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빵을 팔고 있는 한 소녀가 무고하게 희생될 수 있다.

“이대로 미사일 공격을 가해 테러리스트들을 모두 제거한다 할지라도 세상 여론은 희생당한 한 소녀에게 주목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책임과 비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만일 작전을 보류한다면 알샤바브에 의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할 것이고 100여명의 사상자가 생겨날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 여론이 테러 단체를 비난하고 규탄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적어도 선전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영화는 몹시 영리하다. 어느새 ‘자살폭탄테러로 인한 100여 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당신은 무고한 소녀를 희생할 것인가’라고 묻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은연중에 생각하게 된다.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일단 소녀부터 구할 것인가. 자살폭탄테러는 실패할 수도 있잖은가···. 아니지. 억울하다 할지라도 한 명의 희생이 더 많은 희생을 방지할 수 있다면···.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된다고 간단히 생각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한 소녀 때문에 미사일을 쏘지 못한 드론의 조종사가 밉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리 간단치가 않다. 여기에는 명분과 실리가 적용된다. 국제법 등 법적 문제를 검토해야 하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무기 사용 수칙도 엄수해야 한다.

작전지휘관, 사령관, 장관, 수상 ···. 이들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치와 군의 역학관계도 조명한다. 의사 결정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숨가쁘게 몰아가며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영화는 마치 관객도 함께 화면 속 합동사령부 회의실에 앉아 이들의 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마술을 부린다. 몰입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명분을 중시하는 영국군과 실리에 무게를 두는 미국군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는 조지 C. 스코트가 주연한 ‘패튼대전차군단’(1971) 등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전쟁영화의 오래된 소재다.

작전 현장이 아닌 다른 대륙 각자의 나라 군부대 내 모니터 앞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하는 작전 상황은 기존 영화에서 만나지 못한 현대전의 신세계를 보여준다. 모니터를 통한 전쟁은 죄책감이 덜하는걸까, 죄 값이 낮아지는가. 상황이 종료된 뒤, 고위직들이 대화한다.

“안전하게 의자에서 다 해냈네요.”

“오늘 커피에 비스겟 드시면서 보던 장면은 끔찍 했습니까.”

영국의 사령관은 딸아이게 줄 장난감을 챙겨 귀가하고, 사망율 45%라는 명분하에 피폭을 당한 케냐의 소녀는 알샤바브 조직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간다.

가슴을 치는 마지막 장면이 기다린다. 영화가 끝나면 객석에는 인간의 양면성과 명분 뒤에 숨은 무책임, 그리고 비겁함이 남는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