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에 있는 고마신사(高麗神社)의 대표인 궁사를 맡고 있는 고마 후미야스(高麗文康·50)는 지난 6월24일 신사를 찾은 기자에게 이같이 말하며 한·일 양국 관계가 더 좋아지기를 기원했다. 그는 “고대는 한국이, 근대는 일본이 조금 앞섰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좋은 점은 서로 배우고, 나쁜 점은 조심하면서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
지난달 24일 일본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에 있는 고마신사에서 고마 후미야스 궁사가 고마신사의 유래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일본의 역사서 ‘일본서기’와 ‘속일본기’에 따르면 약광은 일본에 사신으로 왔다가 고구려가 멸망하자 일본에 남아 귀족의 지위까지 올랐다. 고구려인들은 앞선 기술과 풍부한 지식을 일본에 전해줘 좋은 대우를 받았다. 약광은 일본에 온 지 50년이 되는 해에 흩어져 살던 고구려 난민 1799명을 불러모아 당시 미개척지인 이곳에 고마군을 세웠다. 1300년 전 일본에 ‘코리아타운’이 세워졌던 것이다. 고마군이라는 명칭은 1000년 넘게 이어지다 메이지 시대인 1897년 이루마군(入間郡)으로 합병됨에 따라 자취를 감추게 됐다. 고마군은 사라졌지만 이 지역에는 고마역, 고마강, 고마고개 등 고마라는 명칭이 곳곳에 남아 있다.
고마신사는 연간 방문객이 50만명에 달한다. 히다카시의 인구(5만7000여명)의 10배에 달한다. 사이타마현에서도 방문객 수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고마 궁사는 “방문객 중에는 서양 사람도 있고 중국이나 대만 사람도 있지만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한국인이 특별한 마음을 갖고 일본의 신사를 찾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마신사는 한·일 관계가 극도로 나빠졌을 때 두 나라를 연결하는 역할을 기대받았다. 1300년 전 고구려 후손들이 일본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두 나라의 깊은 인연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왕세자도 다녀갔고 지난 4월에는 고마신사 입구에 새롭게 세운 고마군 1300주년 기념비의 제막식 때 히사코(久子) 여사가 참석하기도 했다. 히사코 여사는 아키히토 일왕의 사촌인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2002년 사망)의 부인이다. 이곳을 다녀간 일본 정치인 중 여러 명이 총리가 돼 약광은 ‘출세의 신’으로도 널리 알려져 많은 정치인과 연예인이 다녀가고 있다.
고마 궁사는 “사실 신사는 지역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그런 마음으로 방문하는 것”이라며 “예나 지금이나 신사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마신사가 특별히 바깥 세계 사람들과 연결해가자는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후세 사람들이, 많은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이 양국을 묶는 게 고마신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의미도 생겨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마신사에서는 매년 10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함께 ‘시월 마당’이라는 행사를 연다. 일본 안에서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이벤트다. 올해는 고마군 1300주년을 맞아 전시회, 예능제, 음악제, 문화제, 고대 복장 시착회, 김장제 등도 준비하고 있다.
고마 궁사는 혐한 시위인 ‘헤이트스피치’에 대해 “한국이 그만큼 발전한 것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일본인은 한국인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한국이 발전하고 문화적으로도 발달해 ‘한류’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주시하게 된 것”이라며 “좋은 점은 놔두고 나쁜 점만 부각시키다 보니 헤이트스피치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인 끼리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꼭 한국인 전체를 싫어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서로 친구를 만들어가다 보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히다카시(일본 사이타마현)=글·사진 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