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수찬의 軍] "무지인가 무시인가" 北 스커드-ER 미사일에 대한 엇갈린 시선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16-07-03 10:33:01 수정 : 2016-07-03 13:52:39

인쇄 메일 url 공유 - +

스커드-ER 탄도미사일.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사거리 700~1000㎞의 탄도미사일이다. 구소련의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해 사거리를 연장한 것으로 시리아도 일부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10일 북한이 황해북도 삭간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로 이 미사일을 지목하기도 한다.

 
북한의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사진=노동신문
북한 탄도미사일의 핵심인 스커드-B/C(사거리 300~500㎞)와 노동 미사일(1000~1300㎞)의 중간쯤인 스커드-ER은 북한 후방지역에서 우리나라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하지만 국방백서를 비롯해 군에서 발간한 공식 자료에서는 스커드-ER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스커드-B/C와 노동, 무수단, 대포동, 은하-3호 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은 대부분 수록되어 있으나 스커드-ER은 찾아볼 수 없다. 위키피디아에도 관련 내용은 없다. 반면 언론 보도나 해외 군 관련 기관 보고서, 군사전문 사이트 등에서는 스커드-ER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 스커드-ER에 대해 엇갈리는 관측들


지난달 28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정례브리핑. 일본 방위성이 발간한 2015년 방위백서에서 북한 스커드-ER 미사일의 사거리를 1000㎞로 추정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방위백서 내용의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북측이 사거리 연장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스커드 미사일
국방부의 이같은 태도는 이웃나라 일본과 대조된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2014년 8월5일 공개한 ‘2014년판 방위백서’를 통해 북한의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언급하면서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해 사거리 1000㎞의 스커드-ER을 실전배치했다”고 밝혔다. 일부 해외 군사전문사이트에서는 북한이 2000년대 초 스커드-ER을 개발해 시리아에 수출했다고 소개한다.

반면 미군이 2000년부터 북한 미사일에 대해 부여한 KN(Korea-North) 코드에는 스커드 -ER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없다. 최근 그 존재가 식별된 KN-14는 물론 스커드-B/C와 노동,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까지 KN 코드가 붙었지만 스커드-ER은 없다.

우리 군의 공식 문서인 국방백서 역시 스커드-ER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국방대학교나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 관련 기관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김정은 정권의 비대칭전력 중 핵심으로 한미일 군과 정보당국이 면밀히 주시하는 전력이다. 수량이나 배치 현황 등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어도 미사일 종류에 대한 언급이 서로 다른 것은 이례적이다.

◆ 北 스커드 사거리 700㎞ 이상 연장됐을 가능성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높다. 스커드 미사일을 도입한 국가들 중 사거리를 늘리려 시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에 개발한 알-후세인 미사일. 스커드 사거리를 연장했다.
1980년대 이란과 전쟁을 벌이던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독일 기업의 도움을 받아 스커드-B(사거리 300㎞)의 사거리를 이스라엘 공격이 가능한 600㎞로 연장해 ‘알-후세인’ 미사일을 1988년 실전배치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스커드-B의 연료탱크 용량을 1t 늘려 전체 길이가 11.7m에서 13m로 연장했고, 탄두 무게는 985㎏에서 190㎏으로 줄였다.

반면 유도장치는 원형 그대로였고, 길이와 무게중심이 달라지면서 공역학적 특성이 달라져 명중률이 떨어졌다. 걸프전에서 알-후세인 미사일은 다국적군이 주둔한 사우디아라비아로 46발이 발사됐지만 10발만이 피해를 입혔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알-후세인 미사일은 심한 공중회전 때문에 대기권 재돌입 과정에서 탄두와 몸체 사이 부분이 부러져 쪼개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기계 등 산업 기반이 없는 나라라 기술적 결함이 속출했지만 북한은 지난 4월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를 두 달 만에 수정했을 정도의 기술적 기반은 갖추고 있다. 스커드 미사일을 철저히 분석하고 활용해 광명성호에까지 적용한 만큼 정확도를 희생한다면 스커드 사거리를 최대한 연장하려는 시도도 가능하다.

2014년 3월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을 때, 사거리(500㎞)와 고도(130여㎞) 등을 근거로 스커드-ER을 발사한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탄도미사일 고도가 최대 사거리의 1/4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거리가 700㎞ 이상인 스커드-ER이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사거리 연장이 실현됐다면 미사일 길이 등 외형적 변화가 불가피하므로 쉽게 식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 스커드-ER, 무지인가 무시인가


스커드-ER이 실재한다면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 전력의 원활한 투입과 더불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 문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의 KN-02 탄도미사일. 사진=노동신문
북한의 스커드-B와 KN-02/06 등은 휴전선 인근에서 발사될 경우 중부 지역 일대를 공격할 수 있다. 노동, 무수단 미사일은 주일 미군기지와 괌 타격이 가능하다.

문제는 공업 단지와 항만, 공항이 밀집한 영남지역이다. 한반도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은 부산항으로 들어와 대구 일대의 주한 미군 기지를 거쳐 전방으로 이동한다. 북한이 미군의 본격적인 개입 전에 전쟁을 끝내려면 경북과 부산 일대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할 필요가 있다. 미 공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북한 후방 지역에서 발사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지상에서 쏘아올린 탄도미사일.
북한 입장에선 이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스커드-C가 휴전선 가까이 있어 미군의 공습을 받을 위험이 있다. 사거리를 연장해 북한 깊숙한 후방지역에서 공격이 가능한 스커드-ER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를 저지하려면 기존의 PAC-3보다 고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무기체계가 필요하며, 이는 사드가 대구권 일대에 배치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커드-ER에 대한 실체를 명확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군 당국은 스커드-ER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아끼고 있다.

스커드-ER에 대해 우리 군이 알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위협이 될 전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시할 가능성도 있다. ‘무지’와 ‘무시’ 사이에서 썸을 타는 스커드-ER의 실체를 군이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면 북한 미사일 방어 전략을 ‘절름발이’로 만들 위험이 있어 철저한 분석이 요구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다미 '완벽한 비율'
  • 김다미 '완벽한 비율'
  • 조보아 '반가운 손인사'
  • 트리플에스 김유연 '심쿵'
  • 트리플에스 윤서연 '청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