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돌려막기·하도급으로 수익극대화…서류조작, 감독관도 잘 안나와

부산지하철에서 2년가량 스크린도어(안전문 정비 업무를 해온 A씨는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누군가는 부조리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힘들게 입을 뗐다.
언론에 안전문 정비 용역근무의 열악한 현실과 비리를 말하면 해고될 수도 있지만 A씨는 "부산교통공사는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안전문 설치뿐만 아니라 안전책임도 민간에 맡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 |
서울메트로 압수수색하는 경찰 |
엄밀히 말해 휴메트로릭스는 은성PSD 같은 안전문 보수업체가 아닌 광고대행업체라고 A씨는 말했다.
A씨는 "휴메트로릭스는 부산지하철 1·2호선 10개역에 안전문을 설치해주고 대신 21년간 안전문에 광고를 유치하는 권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민간자본으로 안전문이 설치된 지하철역은 자갈치역, 남포동역, 부산역, 범일동역, 양정역, 연산동역, 온천장역, 사상역, 경성대·부경대역, 센텀시티역 등 승객이 많은 알짜배기 역이다.
그는 서울메트로에서 은성PSD와 함께 안전문을 보수하는 유진메트로컴도 휴메트로릭스 같은 광고대행업체라고 했다.

A씨는 광고 유치·수익이 목적이다 보니 휴메트로릭스나 유진메트로컴 모두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를 당연히 소홀하거나 뒷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의 재하도급 문제를 지적했다.
A씨는 "휴메트로릭스는 자회사인 비츠로시스에 이어 비츠로씨엔씨로 재하도급을 주는 형태로 수익을 뽑아내고 있다"며 "최근에는 '이룸'이라는 자회사에 다시 하도급을 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교통공사는 자회사를 만들어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를 하도급하는 거라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결국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거치며 인건비나 유지·보수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원청과 중간 하도급 업체가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라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또 회사가 부품 수급을 제때 해주지 않아 안전문이 고장 나면 이른바 '부품 돌려막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이는 고장 난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부품의 구성품을 조립해 교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장 난 부품의 부속을 끼워 맞추다 보니 고장이 재발하고 사고 위험이 크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꼭 필요한 부품 조달은 평균 한 달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또 승강장 안전문 면적의 약 25% 수준에서 설치할 수 있는 광고물 중 일부는 화재 등 비상상황 발생시 탈출하는 안전문 비상구를 가로막은 채 설치돼 승객 안전을 위협했다고 A씨는 말했다.
A씨는 안전문이 부산교통공사 소유가 아니다 보니 유지·보수 작업 때 반드시 현장에 나와야 하는 공사 감독관이 없는 경우도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부산교통공사 감독관이 용역업체인 은성PSD 작업 때와 달리 민자 소유 안전문 사고 시 책임을 회피하려는지 직접 나오지 않고 귀찮아하거나 전화로 보고받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열악한 근무여건에 수시로 위험천만한 작업도 했다.
구의역 사고 이전 보통 10번 작업을 나가면 7번 정도는 2인 1조가 아닌 '나홀로 작업'이었다고 A씨는 전했다.
가용인력은 야간근무 2명, 주간근무 4명인데, 야간에 2곳 이상이 고장 나면 어쩔 수 없이 1인 작업이 불가피했다.
전동차 운행이 끊긴 뒤 이뤄지는 안전문 보수 작업은 유지보수요원의 감전사고를 막으려고 선로 내의 고압전선 전기를 반드시 차단한 뒤 작업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회사 관계자의 독촉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선로에 내려가거나 심지어 전동차 막차가 끊기기 전에 선로에 내려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만 해도 시간이 없는데 안전문 광고판 탈부착과 안정기, 램프, 광고 동영상 점검 등도 해야 해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근무는 주간근무 이틀·야간근무 이틀·비번 이틀씩 365일 돌아가는 구조였고 1년에 여름 휴가 이틀 외에는 연차를 쓸 수도 수당도 없었지만 월급은 쥐꼬리만한 수준이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월급은 152만원 정도, 신입이나 경력자나 별반 월급 차이가 없다고 했다.
힘들게 일했지만 관리자로부터는 "너희는 노예다, 시키는 대로 해라"라는 인격모독에 가까운 말을 듣기 일쑤였다.
최근 구의역 사망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는 비츠로씨엔씨를 비롯한 전국 지하철 안전문 특별점검을 했는데 A씨는 회사가 관련 서류도 조작했다고 밝혔다.
안전교육을 한 것처럼 꾸미려고 직원을 앉혀놓고 여러 각도의 사진을 찍은 뒤 한꺼번에 사인하는 방식으로 안전교육 시행 결과서 등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비츠로씨엔씨의 원청인 휴메트로릭스는 2010년 부산교통공사와 372억원을 들여 승강장 안전문을 설치하는 대신 이후 2035년(21년 9개월간)까지 광고 유치권을 독점하는 실시계약을 체결했다.
서울메트로의 유진메트로컴도 2004년 서울메트로와 강남·교대·삼성·선릉·신도림·을지로입구역 등 12개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관리하는 대신 22년간 광고 사업을 독점하는 계약을 맺었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