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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전 하늘에서 죽음이 떨어졌다”… 눈 감은채 애도

입력 : 2016-05-27 22:37:40 수정 : 2016-05-28 0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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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 53분 머문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 오후 5시27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원폭의 참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된 히로시마평화 기념자료관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과 함께 10분 정도 둘러봤다. 그러나 이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곳에는 원폭으로 너덜너덜해진 옷, 내용물이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버린 도시락, 심하게 그을린 세 발 자전거, ‘검은 비’ 자국이 선명한 벽 등이 전시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불편한 표정이 공개될 경우 퇴역 미군과 미국 내 원폭 투하 결정 지지자 등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원 한가운데에 위치한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헌화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허리를 굽혀 머리를 숙이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차례 밝혔던 것처럼 이번 방문이 ‘사죄’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헌화한 뒤 허리를 굽혀 참배했다.

한국인 희생자를 기억해주세요 한국인 피폭자와 시민단체 소속 후원자들이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에 앞서 공원 내에 설치된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추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히로시마=AP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은 헌화에 이어 방문 소감을 밝혔다. 그는 “71년 전 죽음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세상은 변했다. 섬공과 화염이 도시를 파괴했다”고 전쟁의 참상을 언급한 뒤 “인류는 스스로를 파괴할 수단을 보유했다. 이곳의 모든 영혼들이 편히 쉬도록 해야 하며 우리는 다시 죄악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그 운명의 날 이후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택을 해왔다. 미국과 일본은 동맹 관계를 구축했고 우정을 키워왔다”며 적에서 동맹으로 변한 미·일 관계를 강조했다.

연설 후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 대표위원을 맡고 있는 쓰보이 스나오(坪井直·91) 등 현장에 초대된 일본인 원폭 피해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피해자들과 악수하거나 포옹하기도 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함께 공원 안을 걸어서 오타강 너머로 원폭 돔이 보이는 장소로 갔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 소감을 피력할 때 한국인과 미군 포로희생자에 대해서도 언급한 터라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서 150m 정도 떨어진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돔이 보이는 장소에 서서 아베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설명을 들은 뒤 차를 타고 공원을 빠져나가 원폭 돔을 둘러본 후 떠났다. 오바마는 평화공원에 53분 동안 머물렀다.

앞서 이날 오전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등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명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위령비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죄를 요구했으나 그들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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