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모님 꼭 모셔야 하나요"

‘부모 봉양’ 인식 갈수록 옅어진다 / 여성정책연 조사 결과

자녀가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인식이 최근 10여년간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 정도는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 봉양에 대한 부담감이 줄고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5년 한국의 성(性)인지 통계’에 따르면 ‘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를 조사한 결과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2002년(15세 이상 인구 기준) 70.7%에서 2014년(13세 이상 인구 기준) 31.7%로 급감했다.

반면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8.2%에서 47.3%로, ‘정부·사회가 부양해야 한다’는 1.3%에서 4.4%로 크게 느는 등 갈수록 정부와 사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9.6%에서 16.6%로 증가했다.

‘아들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도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를 봉양해야 할 자녀가 ‘장남 또는 며느리’라는 응답은 2002년 15.1%에서 2014년 6.2%로 떨어진 반면 ‘모든 자녀’라는 답변은 19.5%에서 75.4%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능력 있는 자녀’란 응답은 21.2%에서 14.2%로 줄어 성별이나 경제상황에 대한 구분 없이 동등하게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생활비를 부담하는 주체도 변하고 있다. 부모의 생활비 마련에 대한 조사 결과 ‘부모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한다’는 응답은 2006년 44.8%에서 2014년 50.2%로 늘었다. 하지만 ‘장남 또는 며느리가 제공한다’는 답변은 15.6%에서 10.1%로, ‘장남 아닌 아들 또는 며느리’는 12.1%에서 9.1%로 감소했다. 이 밖에 ‘딸 또는 사위’는 2.1%에서 2.6%로, ‘모든 자녀’는 24.8%에서 27.7%로 소폭 늘었다.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본인 및 배우자가 생활비를 부담한다’는 응답은 2002년 55.9%에서 2015년 66.6%로 10.7%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자녀 또는 친척이 지원한다’는 응답은 40.1%에서 23.0%로 17.1%포인트 줄었고, ‘정부 및 사회단체에서 지원받고 있다’는 응답이 3.8%에서 10.4%로 늘었다.

자녀에 대한 의존도가 줄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추세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은 2002년 64.5%(18세 이상 가구주 기준)에서 2015년 72.6%(19세 이상 가구주)로 증가했다. 노후 준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71.7%·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예금·적금·저축성 보험’(42.0%), ‘사적연금’(21.9%)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자녀세대의 부모에 대한 소득 이전과 노후준비’ 보고서는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점차 완화되고 향후 노후 소득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 영역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은 기본적인 노후 준비를 자녀가 아닌 공적영역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유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