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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올드보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영화의 이면 조명

입력 : 2016-05-01 21:20:49 수정 : 2016-05-01 21: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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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상영 다큐 ‘올드 데이즈’… 박찬욱 감독, 관객과 대화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달수(최민식)가 장도리를 들고 무리와 싸우는 장면은 무려 17번이나 되풀이해 찍은 뒤에야 비로소 OK 사인을 받았다. 손에 움켜쥐고 입안으로 밀어넣으며 거칠게 우걱우걱 씹는, 그 유명한 산낙지 먹는 장면도 사실 최민식이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여러 번 엔지(NG)를 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올드 데이즈’는 박찬욱(사진) 감독이 연출한 ‘올드보이’(2003)의 블루레이 수록을 위해 기획·제작된 영화다. ‘올드보이’의 연출, 연기, 촬영, 조명, 미술, 의상, 프로덕션 등 제작의 모든 과정을 훑으며 걸작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은 폐간된 영화전문지 ‘필름2.0’의 기자로 활동했던 한선희 감독이 드러나지 않았던 영화의 이면을 조명했다.

다큐멘터리 ‘올드 데이즈’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 제작 전 과정을 훑으며 걸작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찬욱(오른쪽) 감독과 임승용 프로듀서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화면 속에서 최민식은 증언한다.

“당시 박찬욱 감독은 열려 있었어요. 연출팀 막내에게까지도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가면서 일할 만큼. 하지만 11번째 반복해서 찍을 무렵 정말 힘이 쭉 빠지더라구요. 합을 맞춰 미리 정해진 동작대로 움직여야 하고 동시에 연기까지 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여우가 OK 사인을 안 주는 거야. 결국 17번을 찍고 나서야 ‘좋아요’ 하더라고요.”

박 감독과 절친 사이인 그는 박 감독을 여우라고 부르면서도 “박 감독의 촬영현장 분위기는 매우 ‘신사적’이어서 (그가) 한 번도 소리친 적이 없다”고 호평한다.

지난 주말 만석의 객석에서 이를 관람한 박 감독은 “당시 스태프들의 젊은 얼굴을 다시 보니 반가우면서도 재밌다”며 “내가 촬영현장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지만 사실 속이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이 동요하면 현장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객석에서 누군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한다 해도 단원들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묵묵히 끌고 가야 해요.”

지금은 ‘대배우’가 된 오달수와의 인연도 털어놓았다.

“단편영화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를 만들 때 그를 캐스팅한 적이 있어요.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고 대사를 하는데…, 이상한 연기를 하더라고요. 박자감, 음성, 표정 모든 게 이상했어요.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에 어떤 영화를 찍든 이 사람에게는 배역 하나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올드보이 속 ‘금이빨’은 순전히 오달수를 위한 배역이었습니다.”

박 감독은 “그땐 정말 의욕이 지나치게 넘쳐나던 때였다”고 당시를 더듬었다.

“부산에서 촬영할 때였죠. 영화 속에서 이곳이 어딘지 모르게, 부산의 느낌이 나지 않도록 지나가는 버스까지 모두 바꾸어 달라고 주문했었어요. 작은 것이라도 내 마음에 안 들면 계속 다시 찍었거든요. 과욕이었죠. 요즘 젊은 감독이나 감독 지망생들이 프로듀서와의 관계에서 고집과 생떼를 부리면 다 된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입니다. 결과가 좋으면 다행인데, 아니면 자기만 바보가 될 수 있거든요.”

영상 속에서는 ‘올드보이’에 참여했던 수많은 스태프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모든 라이트에 그린을 넣었어요. 오랜 세월 동안 생성된 곰팡이 느낌을 주기 위해서…”(박현원 조명감독), “동작에도 감정이 있어요. (장도리 격투신은) 70여개 동작으로 짰습니다. 외롭고 힘들게 싸우는 게 보여야 했거든요”(양길영 무술감독), “우진 역을 맡은 유지태의 머리가 한 움큼 빠질 만큼 빗질을 했어요. ‘올빽’의 멋을 살리느라…”(송종희 분장담당)

이계벽, 한장혁, 정식 등 당시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연출팀 3인방도 거든다.

“15년 동안 독방에 갇힌 오달수가 주먹으로 벽을 치며 가상훈련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주연배우 최민식이 손을 다칠 수도 있다는 염려 탓에 조 감독이 대신 쳤어요. 주먹은 아파 죽겠는데 ‘컷’사인을 안 주시는 거예요.”

임승용 프로듀서가 촬영했던 장소들을 찾아가 당시의 진행상황을 설명한다.

“그때는 모두 용감했어요. 다들 이렇다 할 경력도 없이 젊었는데…, 겁없이 달려들었던 거고, 나중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죠.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심사위원대상까지 수상했으니. 모두가 한 뜻으로 ‘열정’을 한 곳에 모아 일궈낸 결과입니다.”

‘올드 데이즈’는 전주CGV에서 2일(오후 2시30분)과 4일(오후 5시30분) 재상영한다.

전주=글·사진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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