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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 |
현재 사회적경제 조직의 주요 단위인 협동조합 및 사회적기업의 수는 1만여개에 이르고, 사회적경제를 인지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사회적경제란 경쟁과 이윤 극대화를 지향하는 시장경제와 달리 나와 너, 우리의 삶이 녹아 있는 공동체와 사람중심의 가치를 더불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재화, 서비스를 생산-분배-소비하는 경제활동에서 금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시장경제의 대안경제인 사회적경제 영역에도 금융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사회적경제가 가치를 키울 역할을 기대받고 있고 또 이를 견인할 금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사회적금융의 정의조차 제각각일 만큼 제대로 된 체계조차 정립되지 못한 상태다. 그러함에도 이런 역할에 가장 유사한 미션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금융협동조합이다.
금융협동조합은 조합원 상호간 자금을 조성하고 필요시 대출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협동조합조직이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순수민간 금융협동조합인 신협을 비롯해 농·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신용협동조합법의 목적사업에는 금융업무인 신용사업과 더불어 지역사회개발사업을 주요사업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상호금융을 통한 경제적 혜택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들이 속한 지역사회에 니즈를 찾아내고 해결해가는 가치창출활동을 수행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의 금융협동조합의 현실은 어떠한가. 아쉽게도 우리의 금융협동조합은 그냥 금융기관이다.
조합원은 금융편익을 쫒아 고객화됐고, 금융협동조합은 무늬만 조합원인 고객을 상대로 이익극대화에만 매달려 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 확립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조합원교육은 등한시한 채 스스로를 금융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협동조합 선진국인 미주, 유럽에선 성공적인 금융협동조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지역개발신협(CDCU), 캐나다 밴시티신협, 데잘댕신협, 스페인 몬드라곤 노동인민금고 등 유수한 신협과 협동조합은행들이 좋은 예다.
우리도 사회적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금융협동조합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한국식 혁신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두가지 방향성을 전략적으로 잘 조화해야 한다, 바로 가치지향금융과 지역사회가치창출 활동을 통한 사회서비스 참여다.
첫째, 약탈적 금융이 아닌 사회적금융·착한금융을 통한 가치지향금융의 실천이다.
극단의 이익을 추구하며 자금이 반사회적 경제활동에 흘러가도 이익을 위해 눈감는 금융이 돼선 안 된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혁신적 활동과 가치기여 활동에 자금을 공급하고, 사회적자본을 조성하고 이를 임팩트투자, 인내자본으로 활용해 사회적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게 해야 한다. 또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의 자립과 성장을 응원하고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역량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둘째, 상호금융을 넘어 지역공동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후원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국가의 복지정책 수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접점에 있는 차상위 계층과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약자들의 소외를 보듬고, 현장에서 이들과 함께 사회, 경제, 문화, 예술적 방법으로 스스로의 필요를 찾고 해결해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도움을 받은 이들의 일방적 자기 성장에 머물지 않고 또 다른 사회적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지향금융을 통한 금융의 순기능 강화와 진정성과 배려심을 기반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더불어 함께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신협의 존재이유라 확신한다.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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