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가분하고 시원해요. 정든 배우들과 촬영장에서 못 본다는 아쉬움은 들지만요. 많이 가까워지고 친해져서 자주 편하게 만날 것 같아요."
배우 신세경이 6개월간 분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나보내며 시원섭섭한 감정을 털어놨다. '육룡이 나르샤'는 고려 말 조선 건국 과정에서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50부작 드라마. 신세경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진취적이고 패기 넘치는 분이를 연기했다. 민중의 주린 배를 채우고자 앞장서는 분이의 삶은 능동적이고 이상적으로 그려졌다.
"분이를 둘러싼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워질수록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분이가 가지고 가는 목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정치성향을 실현하려는 인물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소박한 꿈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어요. 원대한 꿈을 품은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끝까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신세경은 분이 캐릭터와 실제 성격은 정반대라고 털어놨다. 당찬 분이 캐릭터는 신세경에게 새로운 모습을 꺼내 보일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실제로는 분이와는 정반대 성격이에요. 겁도 많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죠. 쓰던 물건만 쓰고 익숙한 길만 가는 편이죠. 제가 가지지 못한 모습을 가져서인지 분이를 더 연모하게 됐어요."

신세경은 극중 이방원(유아인 분)과 정도전(김명민 분)이라는 큰 인물과 얽히며 중심을 잡아야 했다. 드라마의 두 축을 담당한 유아인, 김명민과의 호흡이 궁금했다. 특히 유아인은 드라마 '패션왕(2012)' 이후 4년 만의 조우. 신세경은 "유아인과 다시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며 기분 좋은 만남을 전했다.
"한 번 만난 배우와 다시 만난다는 건 특별한 인연이죠. 시간이 꽤 흐르기도 했고, 사극이다 보니 두 사람의 관계와 상황이 겹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덜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아인 오빠는 몇 년 전 그대로 모습이라 반가움이 컸어요. 역시 멋있었고요. 촬영 현장에서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닮고 싶은 배우예요."
신세경은 선배 배우 김명민에 대해서는 "존경스럽다"고 표현했다. 연기는 기본, 현장 분위기를 리드하는 모습은 절로 감탄을 이끌었다.
"김명민 선배님께 많이 배웠어요. 연기는 물론이고 현장 에티튜드를 보고 감탄했어요. 대본을 대하는 태도,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해오는 모습은 저를 반성하게 했고요. 후배로서 존경스러웠죠. 그리고 선배님이 너무 재밌으세요. 작정하고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데 장난기 때문에 웃음 참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제발 살려달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사실 대중의 시선에 비쳐진 신세경은 가녀리고 단아한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주로 로맨스물에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캔디형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나는 동안 신세경을 향한 시선은 그렇게 대중에 각인됐다. 대중의 뇌리에 박힌 이미지는 어떤 의미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 있다. 신세경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차근차근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
"이미지를 깬다는 게 제 소관은 아닌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할 때 이미지를 고려한 적은 없어요. 제가 의도한다고 그런 방향으로 이미지가 드러나는 건 아니니까요. 그건 제 손을 떠난 문제예요. 이미지보다는 배우 스펙트럼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중에 비친 제 모습이 의도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천천히, 차분하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저 제 소신대로 책임을 다하려고 해요."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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