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장동민의 막말 개그로 인한 대중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처음이 아니고, 한 두번이 아니라 분노의 목소리는 더 높다. 그가 재미를 위해 뱉은 말 몇 마디는 커다란 파장을 낳았다. 장동민은 두 번이나 모욕죄 혐의로 피소된, 불미스런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장동민은 지난 3일 방송된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의 '충청도의 힘' 코너에서 '애늙은이' 어린이 캐릭터로 출연해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보다" "쟤 때문에 부모가 갈라섰다" "양쪽에서 생일 선물을 받으니 재테크다" 등 한부모 가정 자녀를 조롱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7일 '코빅' 측은 "해당 코너로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며 "모든 건 제작진의 잘못이며 제작진을 믿고 연기에 임한 연기자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공식 사과하며 '충청도의 힘' 코너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한부모가정 권익단체인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이 이날 모욕죄 혐의로 장동민 등 개그맨 3명과 tvN 김성수 대표, '코빅' 제작진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마포경찰서에 제출하면서 이번 사태는 2라운드를 맞게 됐다.
'코빅' 측은 "장동민은 제작진의 대본을 그대로 읊은 것뿐"이라며 발언의 책임을 제작진의 몫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대중의 의심을 걷어지지 않고 있다. 통상 코너 속 개그맨의 역할은 연기뿐 아니라 아이디어 제공까지 포함되는 까닭에 오해의 시선은 당연하다.
분노의 화살은 코너 속 막말의 당사자 장동민을 향해 있다. 이번 논란으로 장동민의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최근 가수 나비와의 열애 공개로 로맨티시스트 이미지로 호감 개그맨으로 거듭나던 차 불거진 논란이라 반감의 강도는 더 거세다. 몇 마디 말실수가 장동민의 도덕성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가 논란의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는 중요치 않다. 설사 장동민이 대본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발언을 입에 올렸다는 것만으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비슷한 발언 논란의 재탕이라는 점에서 장동민을 향한 비난여론은 더욱 거세다.
앞서 장동민은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의 마지막 생존자로부터 1년 전 고소당한 바 있다. 고소인은 장동민이 한 인터넷 방송에서 건강 동호회 이야기를 하던 중 "삼풍백화점에서 21일 만에 구출된 여자가 오줌을 먹고 살았다"는 발언이 모욕감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사경을 헤매고 목숨을 건진 과정이 개그 소재로 쓰인 것이 모욕적이었다는 것이 고소 이유였다.
또 장동민은 지난해 인터넷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여자들은 멍청해서 머리가 남자한테 안돼"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 등 여성 혐오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장동민은 유세윤, 유상무와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고 사죄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방송 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간 그는 또다시 막말 개그로 대중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장동민의 과격한 발언은 사회 부조리에 일침을 가하는 풍자성 웃음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고 상처만 들춘 폭력이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대중은 같은 논란을 되풀이해 불쾌감을 안긴 장동민을 용서할 수 있을까. 과연 대중은 다시금 장동민의 개그를 보며 웃을 수 있을까. 이번 논란은 장동민의 개그맨 자질에 의문을 품게 했다. 이는 앞으로 개그 생명을 위협할 만큼 심각하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