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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틈없이 일해도… 빈곤층 추락하는 한부모가족

입력 : 2016-03-22 19:28:41 수정 : 2016-03-22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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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작년 실태조사… 주거·근로환경 악화
“어렵게 취업을 해도 아이가 아파서 입원이라도 하면 직장에 계속 나가기 어려웠어요. 저녁, 주말 가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아이랑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게 늘 미안합니다.”

수원에 사는 장모(29·여)씨는 혼자서 아들(6)을 키우고 있다. 미혼모라는 편견을 이겨내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엄마와 가장의 역할을 혼자 감당하기가 간단치 않았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일찍 퇴근하는 일이 잦아 회사를 오래 다니기 힘들었다. 그나마 얼마 전 운좋게 공공임대주택과 일자리 지원을 받으면서 한숨 돌렸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한부모가족’의 근로환경과 주거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전국 한부모가족 2552가구를 대상으로 파악한 ‘2015년 한부모 가족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만19세 미만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은 56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한부모가족의 41.5%는 기초생활보장·차상위가구 등 저소득 한부모가족으로 2012년 첫 조사(30.4%) 때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기초생활수급자는 13.5%, 가구소득 평균이하(중위소득 102%·2인 기준 143만원)인 차상위 가구는 28%로 3년 동안 이들의 경제사정은 더 악화한 것이다. 주거비용은 늘었지만 근로조건은 나아지지 않아 저소득층으로 추락한 가정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주거환경은 더 나빠졌다. 2012년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은 23.5%로 주거형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1.2%로 줄었다. 보증부월세(26.4%)와 전세(22.6%)에 이어 세 번째 주거형태로 밀려난 것이다. 공공임대 거주비율도 15%에서 11.4%로 낮아졌고 보증부 월세는 8.6%포인트 증가했다.

인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장희정 공동대표는 “정부에서 전세자금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수도권에서 7000만원을 갖고 전세를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라며 “주택시장 변화로 많은 한부모가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부모는 대부분 영세업체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등 근로여건도 열악했다. 절반(48.2%)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고, 휴일이 없는 경우도 20.7%에 달했다. 주5일 근무를 하는 비율은 29.8%에 불과했다. 주로 종사자 수 1∼4인의 영세업체에서 근무(45.5%)했다. 또 취업한 한부모의 41.3%는 오후 7시 이후(오후 7∼12시)에 퇴근했으며 새벽(오전 1∼6시)에 퇴근하는 부모도 3.6%나 됐다. 이렇다 보니 미취학 자녀의 12%, 초등생 자녀의 54.4%는 평일 일과 후 돌봐주는 어른 없이 방치돼 있었다.

한부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건강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한부모가구 5가구 중 1가구(20.8%)는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53.6%)이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국민 건강통계의 미치료율(12.2%)과 경제적 이유(21.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우울증상을 겪는 사람도 많지만 병원을 찾은 사람은 5.7%에 불과했다.

한부모들이 원하는 지원은 △생계비·양육비 등 현금지원(65.7%)이 가장 많았고 △시설·임대주택 등 주거지원(13.5%) △건강지원(5.7%) △아이돌봄 관련 서비스지원(5.5%) 등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은지 연구위원은 “한부모들이 오랜 시간 일하지만 소득이 적은 ‘근로빈곤층’이 많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한부모 중 차상위 계층이나 차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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