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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유일의 비화산 지대 '끓는강'이 증언하는 불편한 진실

입력 : 2016-03-14 20:18:18 수정 : 2016-03-14 20: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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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끓는강 '미얀투야쿠강'의 황폐화는 99% 인간의 욕심 때문
남미 페루에는 섭씨 100도에 달하는 온천수가 6㎞ 이상 흐르는 강이 존재한다. 평균 강폭은 25m, 깊이는 6m 정도다. 놀라운 것은 강 유역 650㎞ 이내에는 화산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화산지대가 아닌 곳에서 ‘끓는 강’(Boiling River)이 보고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비화산지대에 존재하는 유일한 끓는 강, 미얀투야쿠강(Myantuyacu)은 페루계 미국 지구물리학자 안드레스 루조가 2011년 발견했다. 그는 열두살 때 할아버지로부터 페루에는 용광로 같은 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구물리학 박사과정을 밟기 전까진 단순히 ‘전설’이라고만 치부했다.

하지만 지열지도를 만들기 위해 페루를 여러 번 방문하면서 끓는강이 그저 떠도는 신화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팩트’임을 확인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동북부 우카얄리주 푸칼파에서 끓는강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푸칼파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아마존강의 지류인 파시티강을 만나는데 모터카누로 30분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얀투야쿠강을 만날 수 있다. 이 강의 전체 길이는 9㎞ 정도인데 섭씨 27도에서 94도의 강물이 흐르는 구간은 6.24㎞다. 이 정도 온도면 달걀을 삶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유류나 파충류 등 강물에 빠지는 웬만한 생명체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탐험가이자 과학자인 루조의 '끊는 강'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루조가 저서 ‘The Boiling River: 아마존강에서의 모험과 발견’ 발견을 계기로 13일(현지시간) 미국 과학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NGC)과 한 인터뷰를 보면 당시 그의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였다. 바닥부터 표면까지 한결같이 강 전체를 뜨겁게 한 근본적 이유와 시스템적 원리를 파악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화산 활동과 무관하다면 강물을 뜨겁게 데우는 것은 자연적 요인 때문인지, 인간 활동의 결과인지를 규명하는 게 급선무였다. 가설 중 하나는 인근 유전회사가 석유나 가스 대신 뜨거운 물을 채굴했을 가능성이었다. 비슷한 사례가 2007년 인도네시아 자바섬 루시에서 있었다. 당시 천연가스 개발업체가 엉뚱한 지질층을 건드리는 바람에 토석류가 인근 지역을 덮쳐 주민 4만여명이 긴급대피했다.

가설대로 끓는강에서 불과 2∼3㎞ 떨어진 곳에는 유전업체가 여전히 원유를 캐고 있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원유업체와 끓는강과의 연관은 찾지 못했다. 만약 가설이 맞다면 강과 유전 사이 수풀은 지표 밑의 뜨거워진 물로 메말라져 있어야 했는 데 이 일대는 다른 어떤 페루 아마존 지역보다 훨씬 더 우거져 있기 때문이다. 루조는 “강물은 안데스산맥의 빙하 등이 땅 속 깊이 스며들었다가 지열로 한껏 데워진 지하수가 특이한 지각구조 때문에 솟구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NGC에 따르면 루조가 'The Boiling River'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끓는강에 관한 과학적 설명이 아니었다.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페루 아마존강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끓는강 주변 산림파괴가 특히 심각한데, 황폐화 요인의 99%는 인간의 개발 때문이다. 값나가는 나무는 미리 베어낸 뒤 기름을 뿌려 불을 지르고 개간하거나 농장을 조성하는 게 일상이 됐다.


남미 최대 금광이 위치한 동남부 마드레 데 디오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마존강 하류로 한때 수풀과 생명체가 넘쳐 났던 이 곳은 이제 나무 그루터기만 일부 남아있는 황무지가 됐다. 루조는 “구글어스로 페루 아마존 일대를 살펴보면 유전·가스전 업체가 밀집한 지역의 삼림이 더욱 울창하다”면서 “이는 기업들은 벌금과 사업을 위해 자연보호에 힘쓰고 사람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무턱대고 나무를 베어내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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