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존재하는 구강 질환은 몇 개나 될까. 정확하게 세 보진 않았지만 치과 의사들이 말할 수 있는 구강 질환의 수는 수백 개에 달할 것이다. 그 중에는 정말 간단한 치료와 관리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질환도 있지만 구강암처럼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구강 질환도 있다.
그런데 치과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강조하는 질환은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린 아이들도 잘 알고 있는, 이 세상 사람들이 한번 이상은 경험해 봤을 가장 흔한 질환, 충치와 치주질환을 강조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충치와 치주질환이 감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가장 흔한 질환이라는 점 외에, 부정교합이나 치아상실, 구취 등 더 많은 구강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구강 질환들을 일으키는 충치와 치주질환은 플라그, 즉 치태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플라그가 없다면, 충치나 치주질환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더 심각한 구강 질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진다.
때문에 플라그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한 우리 구강 내 플라그는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플라그라면, 제대로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플라그'란 무엇이며, 이를 제대로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강 내 만병의 근원, 플라그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
![]() |
대한치과의사협회 송민호 기획이사 |
플라그는 치태 또는 치면세균막이라고도 불리는, 치아 표면에 생기는 끈적끈적한 막이다. 플라그는 세균의 저장창고로 활용되며, 산을 만들어내 치아 표면을 부식시키고 잇몸에 염증을 일으킨다. 여기서 치아 표면의 부식이 심해지면 충치가, 잇몸 염증으로 잇몸이 붓고 이로 인해 치아와 잇몸 사이가 벌어져 치아가 흔들리면 치주질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플라그는 생성 후 48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석회화 되어 치석으로 변하는데, 이렇게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치석은 잇몸에 더욱 무리를 주어 치주질환을 악화시킨다.
그렇다면 플라그를 제 때 제대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플라그는 치면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 강도의 물리적인 힘이 가해져야 한다. 즉, 플라그를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올바른 칫솔질이다. 음식물 섭취 직후 적당한 탄력을 지닌 칫솔로 치아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꼼꼼하게 세정해야 한다.
잇몸질환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권장하는 올바른 칫솔질 방법인 '회전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회전법은 칫솔을 잇몸 쪽에서 치아 씹는 면 방향으로 손목을 회전하는 쓸어 내리거나 쓸어 올리는 방식의 칫솔질이다. 반면 잇몸이 매우 약하거나 치주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바스법'이 권장되는데, 이는 치아와 잇몸이 맞닿는 부위에 칫솔 끝을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대고 위아래로 약한 진동을 주는 방식이다. 이런 올바른 칫솔질은 하루 2회 이상, 회당 3분 정도면 적당하다.
종종 치아를 좌우로 반복적으로 강하게 닦는, 일명 '분노의 칫솔질'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칫솔질은 치아 사이사이의 플라그를 제거하기 어려우며, 지속적으로 할 경우 오히려 잇몸을 마모시켜 치경부 마모증을 일으키는 등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또 구강 세정기나 구강 청결제 사용이 칫솔질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플라그 제거를 위한 충분한 물리적 힘이 가해지지 않으므로 칫솔질과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는 마치 세차장에서 지저분한 차에 멀리서 물만 뿌리고 닦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러나 칫솔질과 함께 할 땐 훌륭한 보조도구이므로, 더 확실한 플라그 제거 효과를 위해 칫솔질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회전법과 바스법 등 치과의사들이 권장하는 칫솔질은 일반인들이 매일 실천하기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올바른 칫솔질을 익혔다 해도 스스로 압력과 강도를 조절해 칫솔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압력이 너무 약하면 플라그 제거가 완전하지 않을 수 있고, 너무 강한 힘으로 닦으면 잇몸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올바른 칫솔질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동칫솔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권장 칫솔질 방법인 회전법과 바스법을 동시에 구현하는 진동-회전 방식의 전동칫솔은 일반 수동 칫솔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2배 정도의 플라그 제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최근에는 적정 압력 이상의 힘이 가해질 때 경고등 또는 진동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적정 압력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칫솔질 하도록 돕는다.
다만 이미 석회화 된 플라그인 치석이 있다면 칫솔질 만으로는 제거가 불가능하므로, 가까운 치과에서 스케일링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다 확실한 구강 건강을 위해선 6개월 정도의 주기로 치과를 찾아 구강 건강 검진을 받고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송민호 기획이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