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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내에게 매 맞는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다. 그의 아내는 일상처럼 A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아내는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남편을 구타했고, 그 강도는 점점 높아져 한번 맞았다 하면 피를 흘릴 정도가 됐다.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아내는 “회사에 알리겠다”고 윽박지르며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아내에게 맞은 날이면 인근 만화방으로 가 아내가 잠든 후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얼마 전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조심스럽게 닫는다. 그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잠들 수 없다”고 말했다.
A가 바람이라도 핀 걸까. 도박? 그는 “TV리모콘을 두는 위치가 다르다” 등 사소한 이유로 맞았다고 한다.
다른 사례로 남성B는 아내의 언어폭력에 고민한다. B는 고졸로 일류대를 졸업한 아내는 말버릇처럼 “이러니 고졸은..”으로 말을 시작하곤 한다. B는 이혼을 생각하지만 2살 딸아이를 위해 조금 더 참기로 한다.
이런 가정폭력 피해상담은 해마다 증가에 일본 경찰청이 2014년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약 800건이던 가정폭력이 2년새 7.5배 증가해 6000건이 됐다. 보고된 사례 외 밝혀지지 않은 수를 더하면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피해 남성들의 상담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직장이나 친인척, 지인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성별에 따른 고정 관념이 강해 남성이 피해를 호소해도 ‘그럴 리 없다‘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을 돕는 ‘도쿄 여성 프라자’가 발 벗고 나서 남성전용 상담 창구를 개설(2013년)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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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시달리는 남성의 사례. 육체적, 정신적, 금전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산케이신문 1월 26일 “아내의 폭력이 무서워”, 증가하는 남성DV(가정폭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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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약 600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
도쿄MX TV가 방송 프로그램 '5시의 꿈'에서 중년남성을 노린 도촬이 급증한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문제가 된 ‘아저씨 도촬’은 머리숱이 없거나, 비만인 중년남성을 시작으로 버스에서 음식을 먹거나 노출된 속옷, 녹초가 돼 졸고 있는 남성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평범하고 무고한 중년남성을 대상으로 일부 철없는 젊은 여성들은 이런 모습을 몰래 찍어 소셜 미디어에 게시해 놀림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취재기자는 "여성의 치마 속 도촬은 범죄지만, 중년남성을 도촬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거리가 되는 중년남성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피해자 남성은 "매일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너무 괴롭히지 말아 달라"며 "아저씨들은 누군가의 멋진 남편이자 아버지"라고 눈물 흘리며 호소했다. 남성은 머리숱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부 철없는 여성들의 놀잇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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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이러다간 놀림거리가 될 수 있다. (도쿄MX TV 2015년 7월 6일 “중년 남성을 노린 도촬”) |
개정된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사업자는 매년 한 차례씩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검사를 해야 하며 결과는 의사가 검사받은 본인에게 직접 통지하고 스트레스가 높다고 판정된 사람은 의사의 지도를 받는다. 사업자는 의사의 의견을 수렴해 근무변경이나 근무시간 단축과 같은 조치를 해야 한다. 이는 직장 내에서 상사, 동료들로부터의 괴롭힘이나 업무 압박, 고통 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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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늘어나는 직장인 스트레스에 대응하고자 '스트레스 검사'를 의무화했다. (사진= 신문기사 촬영) |
그는 일본은 남자로 태어나 살기 힘든 나라라며 자신을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남성들을 대변했다.
전쟁이 끝난 후 세상은 민주주의로 바뀌지만 국민의 뼛속은 아직 ‘야스쿠니 정신(전시 사람들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일본 사회는 기본적으로 ‘피학성애’가 있다. 회사를 예를 들어 아저씨들이 모여 밤과 낮, 휴일을 가리지 않고 노닥거리며 계속 함께 있어야 한다. 집단 피학성애다.
함께 참자. 같이 하자. 참자. '너와 나는 동기의(같은 시기에 핀) 벚꽃‘이라며 일본군 모드(군이 집단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비유함). 겉으로는 자유롭고 풍요로워 보여도 속은 여전히 척박한 전시상황. 술을 마시고 잠깐 잊고 다시 피학성애 반복. 그래서 (일본)남자는 살기 어렵다.
또,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없는 일본의 ‘입장주의(立場)’는 전시 징병된 '군인의 역할'이 이제는 '국민(각 개인)의 역할'로 변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실로 애매한 개념이어서 '입장'은 일본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사람을 억압한다. 입장주의 예로 SNS에서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실명을 사용하는 곳에서는 개성 없고 평범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한편 익명으로는 누군가를 비하하고 욕한다.
또 가정에서는 입으로는 ‘너 좋으면 괜찮다’라고 말하지만 내면에는 ‘좋은 학교에 가서 출세하라‘는 무언의 강한 압박이 있고, 가족은 아버지의 역할, 엄마 역할, 자녀의 역할로 나눠 연기해 마음의 교감은 없다. 이러한 양면성은 가정에서 남보다 못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극단적인 양면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화려한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지만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자살 충동을 참기 힘들었고, 지병으로 늘 두통에 시달린다"고 말한 그는 이러한 남성의 삶을 벗어나고자 비난을 받으면서도 여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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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을 감수하고 여장하는 야스토미 아유무 도교대 교수. |
* [여자로 태어나 살기 힘든 나라] 이어짐.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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