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온라인 게임을 해 왔지만 서비스 종료로 그만두게 된 것은 생소하고 당혹스러웠다. 이는 즐겨 찾던 맛집이 문을 닫는 것과 차원이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른 사람에겐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충분히 그럴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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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사회부 기자 |
이 게임의 공식 인터넷카페를 들어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운영업체에 대한 이용자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서비스를 중단할 거면서 12월 초 결제 이벤트(게임머니 구매 할인행사)는 도대체 왜 한 거냐.” “1년간 매일 접속하며 온갖 애정을 다 쏟았는데 어이가 없네요.” ‘결제는 간단히, 환불은 어렵게’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환불정책에 대한 분노는 덤이었다. ‘온라인 게임 폐업’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관련 뉴스를 뒤져 봤다. 한 게임 전문매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PC게임은 적어도 59개, 모바일 게임은 332개가 종을 쳤다고 한다. 게임업계 ‘빅4’ 업체도 상당수 게임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를 지속할 만큼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도 ‘카카오스토리’의 원조 격인 싸이월드 때문에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싸이월드 서비스가 대폭 개편됐는데 따로 백업해두지 않았던 쪽지와 방명록이 모두 사라졌다. PC통신 시절의 기록, 프리챌이나 아이러브스쿨 등 인터넷 초창기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책상 밑 신발상자에 보관돼 있는 오래전 ‘손편지’처럼 온라인 콘텐츠도 계속 남아 있을 것이란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각종 온라인 세계는 국내외 일면식도 없는 수많은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즐거움과 편리함을 줬다. 하지만 그 세계의 종말은 나와 상관 없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달려 있음을 비로소 체감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감을 불러 일으키던 장면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내 10∼30대 청춘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차지해 온 ‘온라인 시대’에서 느닷없이 게임 서비스 종료라는 불청객을 맞이하고 보니 정겨웠던 ‘오프라인 시대’의 풍경이 그리워진다.
유태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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