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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하지현 지음/위고/1만3000원 |
‘공부 중독’은 공부에 온몸을 던지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은 책이다. 반드시 좋은 대학에 가야 높은 급여와 안정된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지금의 한국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선 학과 공부에 매몰된 아이들을 구제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은 정신과 의사 하지현과 사회학자 엄기호가 나눈 대담을 묶은 것이다.
현재 우리 아이들은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목표를 안고 공부에 매몰돼 있으며, 그들의 생은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회적 풍토의 가장 큰 책임은 공부로 성공한 486세대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발시대에 오로지 공부만이 인생의 답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자식들에게도 그 판타지를 실현시키려 한다. 이들에게 공부는 삶의 유일한 해법이고 출세의 길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생존에서 살아남는 변수가 너무나 많아졌다. 사회적 성취의 수단이 갖가지다. 지금처럼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을 좇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한때 가능한 방법이었지만 이제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판타지라는 것.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 어떻게 해서든 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는 것도 공부 중독 사회의 한 증거이다. 현재처럼 공부를 중심으로 한 줄세우기가 계속된다면 백약이 무효다. 입시학원의 성업 등 망국적인 사교육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후퇴는 계속될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이는 한국 학생들을 단순히 직장 노동자로 주저앉히고 있는 지금의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두 저자는 이러한 공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제안한다. 예컨대 학력 간 임금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대학을 안 가도 되는 사회가 아니라, 인생의 어느 때이 건 공부하고 싶을 때 대학에 갈 수 있는 사회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입시경쟁 부작용을 어느정도 줄일 수 있으며, 사회적 풍토로 바꿀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당국 또한 공부 중독 사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한다.
저자들은 “삶이 성장의 과정이라면 공부는 성장하는 삶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공부는 삶을 기계적으로 만드는 방편일 뿐으로, 이런 공부는 집어치워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공부의 성격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하며, 당대의 문제를 파악하고 헤쳐 나가는 삶의 지혜, 기술을 익히는 과정으로서의 공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요즘 학교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인들 문제의 연장선”이라고 꼬집는다.
이 책은 사회학자의 통찰력 있는 문제의식과 정신과 의사의 임상적 경험을 통해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준다. 40대와 50대의 독자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던져주는 책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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