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명품 고속도로를 기대한다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5-12-15 21:23:01 수정 : 2015-12-15 21:23:01

인쇄 메일 url 공유 - +

얼마 전 출장 중에 이탈리아 고속도로를 장시간 달려 볼 기회가 있었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이탈리아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자주 와본 듯한 친숙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다니던 도로 환경과 비슷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도로 폭이 좁고 곡선 반경이 작아 속도를 내기 힘들고, 가감속 차로가 짧아 진출입 시 정신을 반짝 차려야 하고, 포장은 땜질투성이다. 초창기 경부고속도로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한국 사람이 이탈리아에서 데자뷔나 도로의 도플갱어를 접한 느낌이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경부고속도로 설계 당시 벤치마킹 대상 도로가 바로 여기였기 때문이다. 일찍이 로마제국은 총 40만km의 도로망을 건설했고, 이 중 간선 포장도로만 8만km에 달했다. 도로 강국의 전통은 근세기까지 이어졌다. 세계 최초의 현대적인 고속도로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1925년 밀라노와 호수 지방을 잇는 유료 고속도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자동차전용도로의 서막을 연 이탈리아는 1964년 연장 755km 규모의 밀라노∼나폴리 간 ‘태양의 고속도로’를 개통했는데, 이 도로가 경부고속도로의 설계 모델이 됐다. 산이 많고 재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선 독일의 아우토반보다 콤팩트한 이탈리아의 고속도로가 매력적이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그런 이탈리아가 오늘날 낙후한 도로의 민낯을 드러낸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로 개통 이후 확장과 개량을 게을리하고 유지관리에 소홀했던 탓이다. 이탈리아도로청(ANAS) 관계자는 유럽연합(EU) 경제통합 이후 장기간 저성장 기조가 지속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적기에 할 수 없었고, 정치권이 복지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 도로 유지관리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통행료가 비싼 편임에도 이를 올바로 사용하지 못한 당국의 미숙함도 원인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개통한 이래 확장과 선형 개량, 안전시설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전혀 다른 도로로 탈바꿈시켜 왔다. 일찍부터 교통세를 신설해 신규 SOC 투자와 확장 및 개량 재원을 확보해 왔고, 통행료 수입으로 건설부채 이자 상환과 도로 유지관리 비용을 충당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용자라면 누구나 돈을 내고 다니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로를 만들어 놓고 관리하지 않으면 잔디밭에 잡초가 자라듯 도로는 엉망이 된다. 지난주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동결됐던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는 차원에서 이루어 진 것이라고 한다. 흔쾌히 수용하긴 힘들지만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데 동의한다. 필자는 고속도로 유지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에 당부하고 싶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확보된 재원을 이용자들이 원하는 곳에 소중하게 사용해 달라는 것이다. 도로포장 개선, 고품질 도로방호시설 설치, 시인성 높은 차선 성능 유지, 첨단 교통정보체계 구축 등을 통해 이용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으면 한다. 이탈리아를 반면교사로 삼아 도로 유지관리를 게을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요금 인상을 계기로 한국도로공사는 우리 국격에 걸맞은 세계적인 명품 고속도로를 국민에게 선물해 주길 바란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다미 '완벽한 비율'
  • 김다미 '완벽한 비율'
  • 조보아 '반가운 손인사'
  • 트리플에스 김유연 '심쿵'
  • 트리플에스 윤서연 '청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