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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아프리카, 렌즈에 담은 태초의 시간

입력 : 2015-12-15 20:58:41 수정 : 2015-12-15 20: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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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상 사진展… 17일부터 갤러리 통큰 아프리카와 제주를 찍어 온 사진작가 안영상은 무심한 자연풍경을 한 편의 시처럼 카메라에 담아내는 작가다. 세월의 단층이 고스란히 담겨 시간의 가혹함이 느껴지는 인물사진은 될 수 있으면 피한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의 속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는 시간을 초월한 절대의 순간을 환기시켜 준다.”

물론 그가 찍은 아프리카 사진에도 이따금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풍경의 일부로서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다. 주름지고 억센 피부, 너른 지평선을 응시하는 그들의 시선은 대지의 어머니와 한몸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것이 보여주는 것은 시간의 변화가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있는 생명의 공존이다.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문명화가 덜된 땅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곳에는 나름의 문명이 있고 그곳 자연과 대지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눈 밝은 지혜가 있다. 

바벨탑 같은 아프리카 개미집과 흘러가는 구름을 수직과 수평으로 잡은 작품 ‘신화’. 수직의 욕망과 수평의 현실이 만나서 만들어 내는 것이 신화가 아닌가.
“그들은 매 순간을 살고 있으며, 지나간 과거에 붙들려 있거나 현재의 시간을 뛰어넘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탐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다. 현대 문명에 과도하게 중독된 사람들이 연대기적으로 묶인 모든 시간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무거운 삶을 사는 것에 비하면 그들의 삶은 매 순간이 시간의 중력에서 깃털처럼 벗어난 축복일 뿐이다.”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엄중한 ‘사실성’에 주목했듯이 그는 제주도나 아프리카의 풍경을 아무런 문명의 왜곡이 없는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그가 10년 동안의 아프리카 사진찍기 여정에서 돌아와 제주도에 주목한 이유도 도시화라는 문명화의 수난 속에서도 태고로부터의 생명력을 본질적으로 잃지 않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제주도나 아프리카는 모두 시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생명의 땅이라는 점에서 같다. 제주 바닷가의 돌과 바위들은 수만년 동안 바람과 파도에 부딪히며 거의 변함없이 태초의 우주시간을 품고 있다. 광대하게 펼쳐진 아프리카의 초원이나 밀림, 사막도 모두 같은 시원(始源)의 시간을 함축하고 있다. 16~ 23일 갤러리 통큰. (02)732-3848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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