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저녁 런던 버킹엄궁에서는 성대한 외교 리셉션이 열렸다. 왕실 주재 연례 행사 중 가장 큰 연회로, 영국 정부 관료와 전직 총리들뿐 아니라 130개국의 고위 인사 1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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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으로 차를 타고 오면서 티아라를 쓴 모습이 포착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왼쪽)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1986년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티아라를 쓴 모습. AP연합뉴스·데일리메일 캡처 |
티아라는 유럽에서 왕족 또는 귀족 여성들이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쓰던 왕관 모양의 머리 장신구. 이날 미들턴이 쓴 티아라는 1914년 메리 여왕이 주문 제작한 것으로, 상단부에 19개의 다이아몬드가 달려 있고 진주가 화려하게 세팅돼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할머니인 메리 여왕한테서 물려받은 이 티아라를 다시 며느리에게 선물로 줬던 셈이다. 다이애나는 1996년 찰스 왕세자와 이혼 수속을 밟을 당시 절차가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이 티아라를 팔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는데, 경매에 부쳐질 경우 200만파운드(당시 가치 약 24억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왕실 측은 이 티아라가 다이애나 사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돌아간 뒤 다시 미들턴에게 물려준 것인지, 아니면 단지 미들턴이 이날 연회를 위해 잠깐 빌려 쓴 것인지는 확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이날 미들턴의 모습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시어머니에 대한 감동적인 헌사로 여겨질 것이라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물론 미들턴이 다이애나의 보석류를 착용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들턴은 윌리엄 왕세손과 약혼할 당시 다이애나의 블루 사파이어 반지를 선물로 받았다. 윌리엄 왕세손은 1997년 어머니인 다이애나가 비운의 생을 마감한 뒤 어머니의 약혼반지를 고이 간직하다가 자신의 약혼녀에게 준 것이다. 윌리엄 왕세손은 “이것은 뜻깊은 날 어머니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동시에 남은 인생을 (어머니와) 함께 감동 속에 살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라며 “미들턴이 왕실에 들어오게 되면 어머니가 느꼈던 고독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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