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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중 물러설 수 없는 남중국해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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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4 22:00:31 수정 : 2015-11-24 22: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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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며 군사안보 전문가인 로버트 카플란은 현재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 의도가 20세기 초 미국이 북미대륙 강대국으로 부상할 무렵 카리브해에 대한 입장과 비슷하다고 한다. 즉 중국은 남중국해를 자국의 영역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중국은 2009년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유엔에 제출한 이 지역 지도에 9개의 점선으로 연결된 경계선, 소위 말하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을 표시했는데 남중국해 전체를 거의 다 포함하고 있다. 또한 중국 지도부는 수시로 남중국해는 조상이 물려준 영토라고 언급하며 최근 몇년간 이 지역 다른 국가들과 영토분쟁이 있는 지점에 일방적으로 각종 구조물을 건설해 이들을 근거로 12해리 영해를 주장하고 있다.

이광은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통상학
이런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중국은 남중국해를 자국의 영해 또는 최소한 이해관계 지역으로 두고자 하는 의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미국에 요구하는 소위 신형대국관계의 핵심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수용할 것인가.

미국은 명분상 중국의 주장은 국제법과 국제규범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실제 속내는 다를 수 있다. 국제법은 명분일 뿐이고 미국 역시 남중국해를 중국의 영역으로 내주기 싫을 것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지난 70년간 미국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전체의 평화를 유지해 왔다. 중국의 이런 미국의 역할에 대한 도전이 미국의 아시아재균형정책의 계기가 된 것이다.

물론 이 지역 인접국이 아닌 미국이 남중국해를 포기할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없는 두 가지 중대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군사문제다. 이 지역에서 중국과의 지정학적 갈등뿐만 아니라 미국이 우려하는 점은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이다. 특히 미 제7함대 항공모함 전단을 무력화할 수 있는 잠수함과 대함탄도미사일(ASBM) 전력으로 무장한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할 경우 이는 중국이 제1도련선을 돌파하고 서태평양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전통적 관할지역인 서태평양 방어까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동시에 중국의 ‘반접근 지역 거부’전략이 더욱 강화돼 대만방어조차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미국의 이 지역에서의 신뢰도 문제다. 남중국해에서 현재 중국과 영토분쟁이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은 물론이고 그외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역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미국이 군사력으로 견제해 주길 바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중국의 일방적 주장을 미국이 묵인할 경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신뢰도는 실추되고 결과적으로 이 지역 국가들의 소위 핀란드화(Finlandization)가 현실화돼 미국의 아시아재균형정책도 공허한 슬로건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니 남중국해에서 미국은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남중국해의 미래는 미·중 양국 중 우월한 군사력을 확보한 국가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광은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통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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