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에 6만 파운드에 팔아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 지음/김영배, 안희정 옮김/시대의창/1만6000원 |
현재 해외에 유출된 우리나라 문화재는 20개국 16만342점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 있는 게 6만7708점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한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1400여점을 반환했는데 이 가운데 국보급 문화재는 2006년과 2011년 각각 돌아온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 등에 불과하다. 2011년 5월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한 ‘직지’는 해당 국가(한국)에 있지 않은데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일한 사례다. 프랑스가 반환하기 전에 유네스코에 등재해놓았기 때문이다. 영국 왕립박물관에 있는 ‘세종대왕 측우기’, 일본 덴리대학 중앙도서관에 있는 ‘몽유도원도’, 일본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보탑 돌사자’ 3점, 도쿄국립박물관에 뒤집힌 채 보관돼 있던 ‘금산사 향로’, 임금이 쓰는 익선관 등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명 문화재가 너무도 많다.
뜯겨서 그리스 외부로 유출된 파르테논 신전 조각품 중 신전 동편에 있던 페디먼드 조각. 시대의창 제공 |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재나 문화유산 가운데 상당수는 이른바 약탈문화재다. 영국의 비판적 지식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설가 네이딘 고디머 등 공동저자들은 신간 ‘파르테논 마블스, 조각난 문화유산’을 통해 과연 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의 진실은 무엇이고, 인류는 무엇을 지키고 기려야 하는가를 따져묻는다. ‘서세동점’ 시대 제국주의 열강들이 저지른 약탈 행위을 고발하는 책이다.
고대 그리스 문화의 상징이자 인류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파르테논 신전. 하지만 둘로 쪼개져 영국과 그리스에서 각각 보관되고 있다. 시대의창 제공 |
파르테논 신전의 지붕과 기둥을 연결하는 부분인 ‘프리즈’에 새겨진 10번 판석. 2번 판석을 비롯해 절반 정도가 런던 대영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나머지 판석들은 유실된 상태다. 시대의창 제공 |
고디머는 영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음침한 변명”이라고 일축한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으니 우리 것이라는 ‘쩨쩨한’ 고집을 버릴 수 있는 길은 법령 하나 만들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문화유산을 환수하고 복원하는 일은 단지 유형의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보유한 인류의 에토스와 역사, 신화, 도덕성, 국민성을 복원하는 일이다.” 저자들은 ‘문화유산을 되찾아 지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고디머는 넬슨 만델라가 28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감옥을 나서며 “나는 네이딘을 만나야 합니다”라고 말해 유명해진 소설가이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철폐 관련 작품으로 199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히친스는 영국의 바이런, 토머스 하디, 존 키츠,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인용해 파르테논 신전의 문화적 가치를 복원하면서 반환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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