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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학살"… '콜럼버스데이' 폐지 여론 확산

입력 : 2015-10-13 19:49:39 수정 : 2015-10-14 0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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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좌파 정치인 비판 주도...美선 ‘원주민의 날’로 바꿔 불러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콜럼버스데이’가 수난을 겪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을 재평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다.

스페인과 미국은 콜럼버스 탐험대가 스페인 왕실 후원을 받아 1492년 10월12일 카리브해 섬에 처음 도착한 날을 기리는 대표적인 나라다. 스페인은 매년 10월12일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고, 10월 둘째 주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정한 미국은 상당수 주에서 이날을 공휴일로 보낸다. 그러나 콜럼버스가 신대륙 원주민을 학살, 노예화하거나 천연두 등 전염병을 전파한 사실 등이 알려지며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콜럼버스데이’인 12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시애틀 도심에서 ‘원주민의 날’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다른 시위자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현재 시애틀 등 최소 9개 도시에서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이름을 바꿔 기념하고 있다.
시애틀=AP연합뉴스
스페인에서는 좌파 정치인들이 비판을 주도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펠리페 6세 국왕 주관으로 열병식 등 화려한 기념행사가 열린 가운데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이 트위터를 통해 “학살을 기념하는 것도 모자라 80만유로(약 10억원)나 들여 군사 퍼레이드를 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라”고 지적했다. 콜라우는 반긴축 노선의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 등이 조직한 좌파연합 소속으로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인물. 안달루시아 지방의 포데모스 지도자인 테레사 로드리게스도 ‘아메리카는 발견된 것이 아니라 침략받고 약탈당했다. 그곳에는 이미 문명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적힌 플래카드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미국에서는 콜럼버스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바꿔 부르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1989년 사우스다코타주가 원주민의 날을 처음 도입했고 올해는 알래스카주와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 여러 도시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흐름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일간 엘파이스 기고문에서 “10월12일은 모든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이민자)을 위한 날”이라며 스페인 국민과 라틴아메리카인들이 이날을 함께 기리자고 주장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탈리아계의 반발이 특히 크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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