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설계사를 만나 가입하는 것보다 다이렉트로 직접 전화를 걸어 가입하는 게 더 저렴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사망보험금 선지급형 종신보험은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이나 다이렉트로 가입하는 것이나 보장이 같을 때 보험료도 동일했다.
설계사 채널이나 다이렉트 채널이나 보험료가 같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역이용한 꼼수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계속 되고 있다.
1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교보생명 ‘나를담은가족사랑교보NEW종신보험’과 다이렉트로 전화를 걸어 가입하는 ‘교보가족사랑NEW종신보험’의 주계약 동일보장 시 보험료도 동일했다.
두 상품 모두 주계약 가입금액 1억원, 의료비지급형, 20년납, 월납, 표준체 조건으로 60세형은 남성 30세 19만7600원, 35세 22만2900원, 40세25만2700원이었으며, 여성은 30세17만3000원, 35세 19만4000원, 40세 21만8600원, 45세 24만7800원이었다.
65세형과 70세형도 동일 조건에서 대면채널에서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보험과 다이렉트로 전화로 가입하는 상품의 보험료가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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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홈페이지 보험료 예시 캡쳐 |
교보생명 다이렉트 보험 가입 콜센터 다수의 텔레마케터는 전화로 가입하는 게 저렴하다고만 강조할 뿐, 실제 설계 조건을 따져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과 보험료가 동일하다고 어필하니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다이렉트 전용 보험만 설계사 대비 저렴할 뿐”이라며 “다이렉트 채널에서 판매한다고 설계사 대비 저렴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다이렉트 전용 상품이라는 것을 소비자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 하지 못했다.
문제는 금융감독원도 판매채널에 따른 보험료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최영석 금융감독원 상품감독국 선임은 “온라인으로 설계부터 가입까지 모든 것을 소비자가 진행하는 상품은 사업비가 저렴해 보험료가 낮은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전화로 가입하는 다이렉트 보험은 설계사 채널에 준하는 텔레마케터 조직이 있기 때문에 보험료가 반드시 저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설계사 채널과 다이렉트 채널의 보험료가 동일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의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교보생명은 ‘교보가족사랑NEW종신보험’ 이외에도 4~5개의 상품을 설계사 채널과 똑같은 보험료로 판매하고 있다. 또 삼성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도 다이렉트로 가입해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강조만 할 뿐, 실제 보험료는 저렴하지 않은 ‘무늬만 다이렉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대부분 전화로 가입을 완료하는 구조다. 삼성화재만 온라인을 통해서만 설계부터 가입까지 완료된다. 그럼에도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10~20% 저렴하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다이렉트 보험은 소비자와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3만원 미만의 상품을 지급할 필요도 없고 설계사가 직접 찾아가 가입하거나 사고 발생 시 보험금 청구 등을 도와주는 일도 거의 없다”며 “일반적으로 전화를 통해 가입하는 다이렉트 보험은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적은 사업비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설계사 채널과 다이렉트 채널 상품의 보험료가 같다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반드시 다이렉트 전용 상품을 설계사 채널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판매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승동 기자 01087094891@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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