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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가사키의밖에서일본을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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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5 21:00:47 수정 : 2015-10-05 21: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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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경전인 ‘열반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집에 매우 아름다운 여자가 찾아왔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있어 한눈에 봐도 기품 넘치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여성은 “저는 길상천(吉祥天)입니다. 복을 베푸는 사람이지요”라고 했다. 행운의 여신이 찾아온 것이므로 집 주인은 기뻐하며 그녀를 안으로 맞아들였다.

그런데 그 뒤에 또 한 명의 다른 여자가 들어오려고 했다. 한눈에 봐도 이 여자는 누더기 차림의 추녀였다. 주인이 “너는 누구냐”라고 묻자, 그녀는 “저는 흑암천(黑闇天)입니다. 가는 곳마다 반드시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재앙의 신입니다”라고 말했다. 집 주인은 재앙의 신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가만 내버려 둘 수 없었기에 그 자리에서 쫓아냈다. 그러자 흑암천이 말했다.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군요. 방금 들어간 길상천은 저의 언니입니다. 우리 자매는 항상 함께 행동합니다. 저를 쫓아내면 언니인 길상천도 이 집에서 나갈 겁니다.” 그런 후 그 말대로 길상천과 흑암천은 나란히 그 집을 떠났다고 한다.

야가사키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실제로 개인도, 가정도 나아가 국가도 모두 행운의 신을 원하지만 항상 행운의 신만이 깃드는 것은 아니다. 또 재앙의 신이 왔을 때 어떻게 해서든 이를 무시하고 비난하며 내쫓아버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열반경의 이야기를 보면 행운의 신과 재앙의 신은 일심동체이다. 우리의 인생을 생각해 보면 항상 행운의 신만 따르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어떤 식으로도 재앙의 신도 함께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재앙의 신을 인내심을 갖고 받아들이면 행운의 신도 함께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파나소닉의 창업주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무일푼의 견습생으로 시작했지만 남다른 노력과 기지로 파나소닉을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병약하기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항상 목숨을 다해 일한 덕분이라고 한다. 철학자 칸트도 어린 시절 고민이 많았다. 천성적으로 몸이 약했는데 150cm 정도밖에 되지 않은 키에 등은 꼽추처럼 굽었으며, 숨소리조차 천식환자처럼 고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병 때문에 괴로워하기보다는 마음이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학문에 매진하라는 의사의 충고를 듣고 학문에 전념해 유럽의 합리주의와 영국의 경험주의를 통합한 비판철학을 수립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최근의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태다. 양국 정상회담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것을 보면 양국 사이가 좋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좋았냐고 한다면 결코 그렇지도 못하다. 식물학자에 따르면 나팔꽃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차가운 어두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일관계의 앞날에는 여러 어려움이 놓여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가 상대를 배제하지 않고 인내심과 열정을 가지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진통 과정은 힘들더라도 그 후엔 밝고 친밀한 양국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분명 최악의 어둠이 있었기에 밝고 좋은 한·일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날도 올 것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로 좋은 때가 있으면 나쁜 때도 있는 법이다.

야가사키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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